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폭락에도 '올인'하는 이유
비트코인이 1조달러 가치를 잃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패밀리오피스가 주도하는 이 변화의 진짜 이유는?
1조달러가 증발했다. 비트코인이 작년 10월 최고점 대비 25%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에서 사라진 금액이다. 그런데도 월스트리트 거물들은 여전히 암호화폐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패밀리오피스가 주도하는 변화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이커넥션스 컨퍼런스는 이 역설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75개 이상의 디지털 자산 펀드가 참여했고, 운용사와 투자자 간 미팅이 750건이나 성사됐다. 이는 FTX 붕괴 직전인 2022년 수준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패밀리오피스들의 움직임이다. 아이커넥션스 플랫폼에서 디지털 자산 전략에 관심을 표한 기관투자자 중 4분의 1이 패밀리오피스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혁신적 자산 클래스에 먼저 투자해온 '얼리어답터'들이다.
론 비스카르디 아이커넥션스 CEO는 "패밀리오피스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두바이, 스위스, 싱가포르 같은 암호화폐 허브 지역의 부유층들이 디지털 자산을 요구하고 있어 전통 자산운용사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불확실성 vs 기관 수요
흥미로운 건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다. 2022년에는 여전히 "암호화폐가 진짜인가, 폰지 사기인가"를 놓고 논쟁했다면, 지금은 그런 근본적 의문은 사라졌다. 비스카르디는 "그런 얘기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모든 대화는 규제로 귀결된다. "규제 장벽이 1순위 관심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타인의 돈을 맡은 수탁자다. 아무리 흥미로운 투자처라도 이사회에 "책임감 있고 안전한 방식"이라고 설명할 수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이미 기관 투자의 정당성을 얻었지만, 알트코인은 아직이다. "마지막 퍼즐 조각은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규제 프레임워크"라고 비스카르디는 강조했다.
위험자산으로 취급받는 현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닌 "위험자산"으로 취급한다.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금처럼 안전자산 역할을 하기보다는 주식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직접 토큰을 사는 기관도 드물다. 대신 ETF나 펀드 구조를 선호한다. 개별 코인 선택은 전문 운용사(GP)에게 맡기고, 제한적 파트너(LP)들은 그 판단을 신뢰하는 방식이다.
엔다우먼트(대학 기금) 같은 보수적 자금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에 조심스럽게 발을 담그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뒤바꾸려는 게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이 좋을 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측정된 노출"을 원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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