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7개 중앙은행의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까
미국 연준을 포함한 7개 주요 중앙은행이 다음 주 금리 결정을 발표한다. 중동 전쟁발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지금, 비트코인과 위험자산의 향방은?
지난 2년간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잡혔고, 금리는 내려간다.' 그 공식 위에서 비트코인은 70,000달러 선을 지켜왔다. 그런데 다음 주, 단 사흘 안에 세계 7개 중앙은행이 동시에 금리 결정을 내린다.
사흘 안에 벌어지는 일
3월 17일 호주중앙은행(RBA)을 시작으로, 18일에는 캐나다중앙은행(BOC)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9일에는 일본은행(BOJ), 스위스중앙은행(SNB), 유럽중앙은행(ECB)이 차례로 결정을 발표한다. 평소라면 각각의 이벤트로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지만, 지금은 맥락이 다르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중동 에너지 수송로를 흔들었다. 그 여파로 유가가 급등했고, 시장이 올해 내내 기대해온 '금리 인하 사이클'에 균열이 생겼다.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하 기대치를 빠르게 재조정하고 있다. 일부는 중앙은행들이 오히려 매파적(hawkish) 신호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왜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을 움직이는가
비트코인은 전통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수익률이 줄고,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주식·암호화폐로 이동한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거나 매파 신호가 나오면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빠져나간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의 기대는 명확했다. AI가 노동시장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그 덕에 중앙은행들은 완만하게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이 전망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공급 충격은 다르다. 이코노미스트이자 연준 전문 분석가인 에단 해리스(Ethan Harris)는 이렇게 설명했다. "유가 급등에 대한 연준의 첫 반응은 '지켜보고 피해를 평가하는 것'이다. 오일 쇼크는 성장을 낮추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올린다. 연준은 어느 쪽이 더 큰 문제인지 먼저 파악하려 한다."
문제는 연준이 이미 한 번 실수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2021~2022년,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transitory)'이라 판단했다가 틀렸다. 그 실수의 대가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연준이 이번엔 더 빠르게 매파적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것
국내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다음 주 일정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연준의 금리 결정 자체보다 파월 의장의 발언 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한마디가 시장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원/달러 환율도 변수다. 연준이 매파적 신호를 낼 경우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다. 이는 해외 자산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에게 환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에 노출된다.
반면 중앙은행들이 '데이터를 더 지켜보겠다'는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면, 시장은 안도 랠리를 보일 수 있다. 비트코인이 80,000달러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베팅도 이미 시장에 존재한다. 두 시나리오 모두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본은행(BOJ)의 결정은 주목할 만하다. 유가 급등은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경제에 직격탄이다. BOJ가 추가 긴축 신호를 낼 경우, 엔화 강세와 함께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에 파급 효과가 생긴다. 2024년 8월 BOJ의 금리 인상 직후 비트코인이 급락했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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