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나라를 살릴 수 있을까?
행복지수 1위 왕국 부탄이 청년 유출과 실업난에 맞서 비트코인 채굴과 특별행정구역 프로젝트로 경제 부활을 꾀하고 있다. 국가 주도 암호화폐 전략의 명암을 짚는다.
'행복왕국'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건 전쟁도, 기근도 아니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다.
히말라야 산맥 깊숙이 자리한 소왕국 부탄. 한때 GDP 대신 '국민총행복(GNH)'을 국정 지표로 삼아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이 나라가, 지금은 심각한 청년 인재 유출과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다소 뜻밖이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부탄 정부는 현재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하나는 국가 주도 비트코인 채굴 사업, 다른 하나는 '겔레푸 마인드풀니스 시티(Gelephu Mindfulness City)'라는 이름의 특별행정구역(SAR) 개발이다.
비트코인 채굴은 이미 상당 규모로 진행 중이다. 부탄은 히말라야의 풍부한 수력발전을 기반으로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전력을 확보하고 있어, 채굴 비용 경쟁력이 높다. 부탄 국부펀드 격인 드룩 홀딩스(Druk Holdings)가 채굴 사업을 직접 운영하며, 보유 비트코인 규모는 수억 달러대로 추정된다. 인구 80만 명 남짓한 소국치고는 상당한 규모다.
겔레푸 특별행정구역 프로젝트는 더 야심차다. 인도 국경 인근의 겔레푸 지역에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고, 독립적인 법·규제 체계를 갖춘 경제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싱가포르나 두바이처럼 외국 자본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 — 부탄이 처한 현실
이 프로젝트들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려면, 부탄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먼저 봐야 한다.
부탄의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만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두뇌 유출(brain drain)'이다.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층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호주, 캐나다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공무원들조차 호주행 비자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를 정도다. 행복지수가 높아도 지갑이 얇으면 청년은 떠난다.
경제 구조도 취약하다. 부탄 GDP의 상당 부분은 인도에 수출하는 수력발전 전력에 의존한다. 관광업도 주요 수입원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정학적 맥락도 있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인 부탄은 두 강대국의 영향력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경제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인도는 최근 부탄과의 첫 철도 연결 사업을 추진하며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비트코인 전략, 승자와 패자는
국가가 직접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보유하는 전략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부탄은 조용히, 그러나 체계적으로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쌓아왔다.
승자가 될 수 있는 쪽은 분명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른다면, 부탄은 소규모 국가 예산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외화 자산을 손에 쥐게 된다. 수력발전 기반의 친환경 채굴이라는 점은 ESG 논란도 비껴갈 수 있다.
하지만 패자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 국가 재정의 일부를 암호화폐에 연동시키는 건 리스크를 감수하는 도박이기도 하다. 겔레푸 특별행정구역이 외국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매력적인 곳이 될지도 미지수다. 싱가포르나 두바이가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신뢰와 인프라를 단기간에 복제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에 던지는 질문
한국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는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한국도 청년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부산, 인천 등에서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 스마트시티 논의와 겔레푸 프로젝트는 닮은 점이 있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국가가 직접 비트코인을 보유·운용하는 전략이다. 한국 정부는 현재 가상자산 과세와 규제 방향을 두고 여전히 논쟁 중이다. 부탄처럼 국가 자산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는 방안은 한국에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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