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를 내쫓으려다 내가 체포됐다
캘리포니아의 세입자 보호법이 악용될 때 벌어지는 일. 선의로 방을 내준 여성이 두 번 체포되고 1년을 잃었다. 진보적 제도가 가진 맹점을 파고든 실화.
2025년 1월, 로스앤젤레스 산불이 퍼시픽 팰리세이즈를 집어삼키던 그 주, 프랭키 그로브는 자신이 월세 510만 원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6년을 함께한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였다. 그녀는 베니스의 스페인풍 방갈로를 지키고 싶었다. 채소밭, 원목 바닥, 아치형 출입구. 그 집은 그녀에게 단순한 거처가 아니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룸메이트를 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사브리나 몰리슨을 만났다.
좋은 의도로 열어준 문
몰리슨의 소셜미디어는 전형적인 남캘리포니아 스타일이었다. 고가의 운동복을 입고 셀카를 찍고, "과정을 믿어라"는 문구를 릴스에 붙이는 피트니스 인플루언서 지망생. 그로브는 오히려 서로 다른 성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월세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몰리슨은 운동복 차림에 두꺼운 화장을 하고 집을 둘러봤다. 별 감흥 없는 표정으로 월 220만 원에 계약하겠다고 했다. 그로브는 임대 계약서 같은 건 쓰지 않았다. 보증금만 받고 1월 마지막 주에 입주하기로 했다.
몰리슨은 이사 당일 우버를 타고 왔다. 짐은 검은 쓰레기봉투 몇 개가 전부였다. 그로브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지만,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첫 달 월세로 67만 원만 건네받았다. 나머지는 곧 주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끝내 오지 않았다.
에스컬레이션의 해부학
이후 벌어진 일들은 단계적이었고, 그 단계마다 그로브의 대응은 한 박자씩 늦었다.
그로브가 출장에서 돌아오니 냉장고의 달걀 한 판과 와인 한 병이 사라져 있었다. 그로브는 "주방 물건은 각자 쓰는 게 좋겠다"고 부드럽게 말했다. 몰리슨은 "알겠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다음엔 소파였다. 그로브의 전 남자친구가 660만 원에 산 미드센추리 모던 소파 위에서 몰리슨이 술에 취해 잠들었고, 쿠션에는 핫치토스의 새빨간 가루가 번져 있었다. 드라이클리닝 비용만 30만 원이 넘었다. 그로브는 이번에도 직접 말하지 않았다. 대신 문자를 보냈다. "이 계약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30일 안에 나가줬으면 해요."
몰리슨은 "알겠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사흘 뒤 허스키 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로브가 개를 치워달라고 하자 몰리슨은 또 "알겠어요"라고 했다. 개는 그대로였다. 그날 밤 몰리슨은 술에 취해 집 안을 쿵쿵거리며 돌아다녔고, 그로브는 침실 문 앞에 벤치를 밀어놓고 밤을 보냈다.
이 시점에서 그로브는 챗GPT에 물었다. "세입자를 어떻게 내보내나요?" 챗봇은 답했다. 공식 30일 퇴거 통보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붙여야 한다고.
그로브는 황당했다. 몰리슨은 임대 계약서에 이름도 없고, 서면 계약도 없고, 짐도 거의 없는데 왜 이런 절차가 필요한가? 그러나 캘리포니아 세입자 보호법은 명확했다.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법적 세입자다.
제도가 무기가 되는 순간
2월 14일, 그로브는 퇴거 통보서를 현관문과 몰리슨의 방문에 붙였다. 며칠 뒤, 몰리슨이 전화 통화 중 그로브가 엿듣는 줄 모르고 이렇게 말했다.
"게임하고 싶어? 맹세코, 네 인생을 망쳐놓겠어."
이틀 후 그로브는 보안 카메라를 설치했다. 도덕적으로 감시 사회에 반대하던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감시하는 장치를 달았다. 그리고 얼마 뒤 부엌 조리대 위에서 민사 접근금지 신청서를 발견했다. 몰리슨의 주장: 그로브가 자신을 "스토킹"하고 "죽이겠다고 협박"했으며, "무기를 갖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
법원은 접근금지 명령을 즉시 발령하지는 않았지만, 심리 기일을 잡았다.
그로브는 전 남자친구 매티 케이터를 불렀다. 몰리슨이 술 취한 상태로 "싸워주겠어"라고 소리쳤고,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경찰은 "서로 다른 주장이 있어 개입할 수 없다"며 돌아갔다. 몰리슨의 남자친구 앤서니 존스는 경찰 앞에서 몰리슨이 임대 계약서에 올라 있다고 거짓 주장했다.
그날 밤 그로브와 케이터는 호텔로 피했다.
그로브는 10킬로그램이 빠졌다. 회사 회의에서 핵심 수치를 틀렸다. 의사에게 항불안제 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점쟁이를 찾아갔다.
그로브가 바하마로 가족 여행을 떠난 사이, 대모 캐서린 루소가 집을 지켰다. 엘살바도르에서 인권 활동을 한 74세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녀도 몰리슨을 과소평가했다.
몰리슨은 루소를 밀치고 소리를 질렀다. 경찰이 왔다가 갔다. 그 후 몰리슨은 침실 가구를 복도로 끌어냈고, 10피트짜리 무화과나무 화분을 박살냈다. 흰 카펫 위로 화분 파편이 쏟아졌다. 루소가 촬영한 영상을 보며 그로브는 멀리서 무너졌다.
몰리슨은 루소에게 말했다. "치워요."
그리고 집을 나갔다.
두 번의 체포
그로브가 귀국한 지 며칠 뒤인 3월 20일 오전, 그로브는 자신의 뒷마당에 경찰관 여섯 명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프랭키 그로브 씨입니까?"
"네."
"체포합니다."
수갑이 채워졌다. 인도로 끌려나가는 그로브의 시야 끝에 몰리슨이 서 있었다. 팔짱을 끼고, 비뚤어진 미소를 지으며.
혐의는 폭행이었다. 그로브는 경찰서에서 머그샷을 찍고, 지문을 채취당하고, 유치장에 갇혔다.
이것은 몰리슨의 2단계 계획 중 1단계였다.
몰리슨은 그로브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신고해 체포되게 만든 뒤, 그 체포 기록을 근거로 산타모니카 법원에 가정폭력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은 명령을 발령했다. 그리고 그 명령을 그로브에게 "전달"하기 위해 몰리슨의 친구가 종이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그로브가 그 봉투를 받은 순간, 명령이 공식 전달된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로브가 자신의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접근금지 명령 위반이 되었다.
그로브가 에어비앤비에서 보안 카메라 앱을 열었을 때, 경찰관들이 총을 뽑고 방마다 수색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흘러나왔다.
그로브의 변호사 던 던바는 이렇게 말했다. "20년 실무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어요." 결국 판사는 몰리슨의 가정폭력 접근금지 명령을 완전 취소했다. 그리고 그로브의 접근금지 명령을 3년 기한으로 정식 발령했다.
진보주의자가 진보적 제도의 피해자가 되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씁쓸한 층위는 법률이 아니라 이념에 있다.
그로브는 평생 세입자 권리, 여성 권리를 지지해온 진보주의자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지지해온 바로 그 제도들에 의해 두 번 체포되고,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고, 수개월을 소송과 이사와 불안 속에서 보냈다.
캘리포니아의 세입자 보호법은 취약한 임차인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정폭력 접근금지 명령은 피해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피해자를 믿어라"는 원칙은 오랜 침묵을 깨기 위해 도입됐다. 이 모든 제도가 그로브의 케이스에서는 역방향으로 작동했다.
그로브 자신도 이 모순을 직시했다. 그녀는 자신이 피해자가 된 것이 제도 자체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그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그 구분이 실제 피해를 줄여주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로브가 처음부터 서면 계약서를 쓰고, 신원 조회를 하고, 변호사와 상담했다면 어땠을까. 그녀 스스로도 "결국 내 잘못"이라는 수치심을 떨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선의가 곧 부주의의 증거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결말은 이렇다. 소액법원에서 1,280만 원 판결을 받았지만 몰리슨의 계좌에 잔액이 없었다. 임금 압류를 시도했더니 그 사이 몰리슨은 직장에서 양말 절도, 고객 유치 위반, 음주 출근 혐의로 해고된 상태였다.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사는 기소를 거부했다. 사건은 시 검사실에서 여전히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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