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19달러, 그 다음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확전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에게 이 충격은 어떤 의미인가.
배럴당 119달러. 2022년 이후 처음 보는 숫자가 월요일 시장에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시장이 기억하는 건 그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이 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19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10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지만, 하루 동안의 등락폭 자체가 시장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보여준다. 이른바 '채찍 효과(whipsaw)'—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극단적 변동성—가 에너지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 공포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약 20%가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한다. 이란이 해협을 막을 경우,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끊기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 둘째,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이다. 이란은 하루 약 170만 배럴을 수출하는 산유국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 지금, 왜 아시아가 문제인가
유럽이나 미국도 타격을 받겠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이 '아시아가 십자선에 있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아시아 주요 경제국 대부분은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만 해도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미국은 셰일오일 덕분에 자급률을 높였고, 유럽은 다변화를 진행해왔다. 아시아는 그 대안이 상대적으로 적다.
여기에 해운 리스크가 더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거나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면 유조선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오는 우회 항로를 택해야 한다. 운송 기간은 늘어나고, 운임은 치솟고, 보험료는 급등한다.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같은 국내 정유사들은 이미 원가 압박을 받고 있다. 정유사들이 비용을 전가하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물류비가 오르고, 항공료가 오른다. 에너지 가격은 모든 가격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왜 항상 이걸 과소평가하나
흥미로운 질문이 여기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시장은 왜 반복적으로 이 위험을 '과소평가'하는가?
한 가지 설명은 '정상화 편향'이다.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결국 해결됐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공격, 2020년 솔레이마니 암살 직후 유가 급등—모두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은 미국이 직접 군사적으로 개입한 구도라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또 다른 설명은 구조적 문제다. 글로벌 석유 시장은 OPEC+의 감산 기조 속에서 이미 공급 여유가 줄어든 상태다. 완충 역할을 해줄 여분의 생산 능력(spare capacity)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공급 충격이 왔을 때 이를 흡수할 쿠션이 얇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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