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무효화, 아시아가 긴장하는 진짜 이유
대법원이 트럼프 관세를 무효화하자 아시아 각국이 더 강력한 '플랜 B'를 우려하고 있다. 125년 만의 보호주의 정부가 다음에 꺼낼 카드는?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무효화한 지 며칠 만에, 아시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오히려 더 큰 긴장감에 휩싸였다. 승리의 환호 대신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법원 판결의 충격파
지난 금요일, 미국 대법원은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 대통령에게 일방적인 관세 부과 권한을 준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무역 분쟁이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존 관세의 법적 근거를 부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 수출국들에게 희소식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추가 관세, 한국 철강에 대한 20% 관세 등이 법적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 기업들도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의 반응은 의외로 조심스럽다. 도쿄의 한 무역 전문가는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5년 만의 보호주의 정부
트럼프 행정부는 189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보호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관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자유무역 자체를 의심하는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백악관이 내놓을 수 있는 '플랜 B'들이 벌써 거론되고 있다:
국가안보 명목의 관세: 중국, 러시아와의 기술 경쟁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 반도체, 배터리, 통신장비 등 한국 주력 수출품목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달러 약화 정책: 관세가 막히면 환율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위적으로 달러를 약화시켜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인데, 이는 한국 원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시아 각국의 서로 다른 계산
같은 상황이지만 각국의 반응은 엇갈린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이미 4년간 무역전쟁을 겪으며 공급망 다각화와 내수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의 추가적인 보호주의 조치가 중국의 '디커플링' 전략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일본은 복잡한 입장이다. 동맹국이지만 자동차 수출에서는 경쟁국이다. 트럼프가 다음에 꺼낼 카드가 일본 자동차를 겨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가장 민감한 위치다.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핵심 산업이 모두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북한 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기 어렵다.
보통 시민들이 느낄 변화
이런 거시적 변화가 일반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우선 수입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트럼프의 새로운 보호주의 정책이 실행되면 미국산 제품 가격이 오르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애플 제품, 나이키 운동화 같은 미국 브랜드 제품이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취업 시장도 변화를 겪을 것이다.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반대로 수입 대체 산업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게임의 시작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기존의 국제 무역 룰이 흔들리면서 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이는 결국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은 이미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각국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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