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직원 신상정보 이스라엘에 제공 결정
국경없는의사회가 이스라엘의 요구에 따라 팔레스타인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인도주의 단체들이 직면한 불가능한 선택의 딜레마.
15명의 직원을 잃은 의료진이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이스라엘 당국에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및 국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지난 1월 1일 이스라엘이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해 37개 구호단체의 활동 허가를 취소한 이후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들 단체가 새로운 '보안 및 투명성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불가능한 선택 앞에 선 의료진
MSF는 성명을 통해 "직원들의 개인정보 제공이라는 불합리한 요구"를 받고 있다며, "예외적 조치로서 팔레스타인과 국제 직원들의 명단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단, 직원 안전을 핵심으로 하는 명확한 기준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스라엘이 요구한 정보는 여권, 이력서, 자녀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의 이름까지 포함된다. 이스라엘 디아스포라부가 설정한 규정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존재나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적국이나 테러 조직의 무력 투쟁'을 지원한다고 의심되는 단체는 거부된다.
MSF는 "1월 1일 이후 가자지구로 향하는 모든 국제 직원의 입국이 거부되고 있으며, 모든 구호물품이 차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의 존속과 환자들의 생명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직원들의 동의, 과연 자유로운 선택일까
MSF는 팔레스타인 직원들과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이것이 진정한 동의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가자지구에서 여러 차례 자원봉사한 영국인 외과의사 가산 아부 시타는 "집단학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유로운 동의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도덕적 파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의 직원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급식소에 가는 팔레스타인인들과 마찬가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글로벌 헬스 교수 한나 키엔즐러는 "MSF는 이전에도 임무의 무결성이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전쟁 지역에서 팀을 철수시킨 적이 있다"며 "팔레스타인 직원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면서까지 가자지구에서의 임무를 계속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인도주의의 한계, 아니면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
이번 사태는 극한 상황에서 인도주의 활동의 근본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이스라엘은 지난 15개월 동안 1,700명 이상의 의료진을 살해했고, 유엔 인도주의 기구들이 하마스와 연계되어 있다고 근거 없이 주장해왔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루 600대의 구호 트럭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200대 정도만 들어가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지난 10월 휴전 이후에도 4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대규모 이주와 의료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MSF의 전 직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집단학살 정권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거부하고 완전한 추방과 모든 보건 활동의 급작스러운 중단에 직면하는 것" 사이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단학살 상황에서의 인도주의란 무엇인가? 훨씬 더 대담하고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접근이 필요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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