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판사가 법정에 온다면, 정의는 더 공정해질까?
미시간 대법원 전 수석판사가 AI 판사 개발에 나선 이유. 인간 판사의 한계를 AI가 보완할 수 있을까? 법조계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을 분석한다.
미시간 대법원에서 30년간 판사들의 실수를 바로잡아온 브리짓 맥코맥이 이번엔 실수하지 않는 판사를 만들고 있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AI로 말이다.
전 미시간 대법원 수석판사인 맥코맥은 현재 AI 판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AI는 인간 판사처럼 실수할 수 있지만, 인간과 달리 처리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건에 시달리지 않는다. 모든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양측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며, 모든 쟁점에 대해 빠짐없이 판결한다.
법조계가 AI를 받아들이는 이유
미국 법조계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연방법원 판사 1명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은 평균 700건이 넘는다. 이는 20년 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판사들은 충분한 검토 시간 없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맥코맥이 주목한 건 AI의 '완벽함'이 아니라 '일관성'이다. 인간 판사는 컨디션, 감정, 편견에 영향받지만, AI는 동일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단순 반복적인 민사 소송이나 교통법규 위반 사건에서 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판사가 환영하는 건 아니다. 뉴욕주 판사협회는 "법적 판단에는 인간의 경험과 직감이 필수"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복잡한 가정법원 사건이나 중대 범죄 재판에서는 여전히 인간 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법조계에 미칠 파장
국내에서도 AI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대법원은 이미 2019년부터 'AI 기반 판례 검색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올해부터는 단순한 민사조정 사건에 AI 활용을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현재 판사 1명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이 1,200건을 넘는다"며 "AI 도움 없이는 적정한 심리 기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한국의 높은 소송 증가율을 고려하면 AI 판사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민사 1심 사건은 43만건으로, 5년 전보다 28% 늘었다.
정의의 새로운 정의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법은 단순히 규칙을 적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일까?
스탠포드 로스쿨의 AI 법학 연구진은 "AI가 편견을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편견을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AI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과거 판결들이 이미 사회적 편견을 반영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맥코맥은 "AI 판사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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