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암호화폐 법안 또다시 좌초…'규제 공백' 장기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

핵심 요약

미국 상원의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 처리가 2026년 초로 연기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는 단순한 입법 지연을 넘어, 미국 내 암호화폐 기업들의 경영 전략과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 리스크'의 고착화를 의미합니다.

주요 지표 및 사실

• 입법 지연: 상원 은행위원회의 시장 구조 법안 심의(markup hearing)가 2026년 초로 공식 연기되었습니다.
• 핵심 쟁점: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의 관할권을 명확히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나, 양당 간 이견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 정치적 변수: 2026년 중간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의회의 우선순위가 선거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연내 실질적인 진전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심층 분석: '계획된 지연'인가, '리더십의 부재'인가?

1. 끝나지 않는 '관할권 전쟁'

이번 법안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SEC와 CFTC 간의 해묵은 관할권 다툼입니다. 법안은 CFTC에 현물 시장의 주요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었으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SEC의 강력한 감독 권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의 암호화폐 관련 사업 등이 거론되며 '윤리'와 '시장 건전성'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점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가 단순한 기술이나 금융 상품을 넘어,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2. '집행을 통한 규제'의 그림자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시장은 '집행을 통한 규제(regulation by enforcement)'라는 SEC의 강경 노선에 계속해서 노출될 것입니다. 이는 명확한 법률 대신, 개별 소송과 판례를 통해 규제 경계가 설정되는 매우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의미합니다. 리플(Ripple), 코인베이스(Coinbase) 등과의 소송전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방식은 기업에 막대한 법률 비용과 경영 불확실성을 안겨주며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3. 글로벌 경쟁에서의 고립

미국 의회가 정치적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다른 경쟁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포괄적인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인 MiCA를 시행했으며,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등은 글로벌 웹3 허브가 되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법 지연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경쟁국에 넘겨주는 전략적 실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PRISM Insight: 투자자와 기업을 위한 생존 전략

투자 관점: '미국발 규제 리스크'를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라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기반 프로젝트나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암호화폐에 대해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고려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SEC의 다음 집행 대상이 누가 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규제가 명확한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의 프로젝트로 자금이 이동하는 '자본의 역외 이동'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에서 '규제 관할 지역'을 핵심 변수로 고려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산업 관점: '탈미국화'와 혁신의 딜레마

미국 암호화폐 기업들은 '고비용의 법적 대응'과 '해외 이전'이라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습니다. 명확한 규칙 없이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끝없는 소송 리스크를 감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결국 미국 내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축시키고, 유능한 인재와 혁신적인 기업들이 규제 친화적인 국가로 본사를 이전하는 '웹3 엑소더스'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 앞으로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

이번 입법 지연으로 시장의 시선은 이제 의회가 아닌 행정부와 사법부로 향할 것입니다. 향후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다음 3가지 변수를 주시해야 합니다.

• SEC의 다음 행보: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이끄는 SEC가 어떤 기업을 상대로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단기 시장의 최대 변수입니다.
• 주요 소송 결과: 현재 진행 중인 리플, 코인베이스 관련 소송의 판결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미국 암호화폐 규제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 중간선거 공약: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이 내놓을 암호화폐 관련 정책 공약은 차기 행정부와 의회의 규제 기조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