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최후통첩, 답 없는 질문들만 남겼다
트럼프가 이란에 10-15일 핵협상 기한을 제시했지만, 실질적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중동 지정학의 복잡한 현실을 들여다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10-15일 안에 '의미 있는' 핵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79년 혁명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에 놓인 이란을 향한 최후통첩이다. 하지만 정작 이 협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트럼프 자신도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최후통첩의 실체
미 해군 전력이 페르시아만에 집결하고 있다. USS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 전단을 비롯해 구축함과 순양함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배치됐다. 트럼프는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매우 나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문제는 이란이 이미 20%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90% 농축까지는 기술적으로 몇 달이면 충분하다. 시간은 이란 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압박이 실제로 테헤란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협상 카드의 한계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주 "미국과의 협상은 굴복을 의미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란 체제에게 핵 프로그램은 생존의 문제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 벌어진 일들을 지켜본 이란 지도부에게 핵무기는 체제 보장의 마지막 보루다.
트럼프가 제시할 수 있는 당근도 제한적이다. 2018년 핵협정(JCPOA) 탈퇴 이후 미국이 가한 경제제재는 이란 경제를 40% 축소시켰다. 하지만 이란은 버텨냈다.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우회 무역로를 확보했고, 지하경제가 발달했다.
중동 지정학의 복잡한 퍼즐
이 대결은 단순히 미국과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을 전략적 파트너로 여긴다. 이란의 에너지 자원과 지정학적 위치는 서방의 일극 체제에 맞서는 중요한 축이다. 만약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한다면, 이들 국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한국에게도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70%가 통과하는 생명선이다. 중동 갈등이 격화되면 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다.
시간의 함정
트럼프의 10-15일 기한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 핵협상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이 걸리는 복잡한 과정이다. 2015년 JCPOA 체결에도 2년이 걸렸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체, 경제제재 해제, 지역 안보 보장 등 논의할 의제가 산적해 있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부재다. 트럼프는 이미 한 번 핵협정을 파기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또 다시 속을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복원 논의가 있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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