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에서 벌어진 미국-이란 해전, 전쟁이 중동을 넘어서다
미국 잠수함이 스리랑카 근해에서 이란 군함을 격침시키며 87명이 사망. 전쟁이 중동을 벗어나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87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 한 발로. 그런데 이 일이 벌어진 곳은 중동이 아니라 3,200km 떨어진 인도양이었다.
3월 4일, 미국 잠수함은 스리랑카 근해 공해상에서 이란 군함 이리스 데나호를 격침시켰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미국이 바다에서 잔혹행위를 저질렀다"며 "미국은 자신들이 만든 선례를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이 중동을 벗어나다
이번 공격이 충격적인 이유는 장소 때문이다. 이란 본토에서 3,200km 떨어진 인도양에서 벌어진 첫 번째 대규모 해전이다. 격침된 이리스 데나호는 인도 해군의 국제 해상 행사에 참석했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스리랑카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나린다 자야티사 내각 대변인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두 번째 이란 군함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100명 이상의 승무원을 태운 또 다른 이란 군함이 같은 해역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달걀 위를 걷는 심정"이라고 알자지라 기자는 전했다. 전쟁과는 거리가 먼 이 섬나라가 어쩔 수 없이 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란의 보복,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다
이란의 반격은 즉각적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키우마르스 헤이다리는 "미국인들이 어디에 있든 싸울 것"이라며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든 상관없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같은 날, IRGC는 페르시아만 북부에서 미국 유조선을 공격해 화재를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더 중요한 것은 "전시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이란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경고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20%가 지나가는 핵심 항로다. 이란이 이곳을 봉쇄한다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작은 나라들의 딜레마
스리랑카의 고민은 많은 중소국가들이 직면한 현실을 보여준다. 갈레 항구에서는 87명의 이란 선원 시신을 인도할 준비를 하고 있고, 32명의 생존자들은 경찰과 특수부대의 삼엄한 경비 속에 치료받고 있다.
"대부분 경상이지만 골절과 화상 환자도 있다"고 병원 간호사가 전했다. 응급실은 방문객과 다른 환자들의 출입이 금지된 채 이란인들만을 위한 별도 병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리랑카는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중립 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현실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두 번째 이란 군함이 엔진 고장을 이유로 입항을 요청했지만, 스리랑카는 허가하지 않고 있다.
기자
관련 기사
미국이 이란 남부에 '자위권' 공습을 감행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 리퍼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외교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군사 충돌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중 구도를 분석한다.
트럼프가 이란 핵협상 협상단에 "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했다. 합의가 임박했다는 보도 직후 나온 이 발언, 단순한 신중함인가 아니면 전략적 압박인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가 급등 속 협상의 실체를 짚는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이 핵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란은 '페르시아식 평화'를 언급하며 자국 조건을 강조한다. 협상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가.
미중 정상회담 직후 푸틴이 베이징을 찾았다. 중국은 미국과 화해하면서 러시아와도 밀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세 강대국의 삼각 외교를 분석한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