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는 왜 다시 나타났는가
박해수·이희준 주연의 드라마 《허수아비》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범인 추적보다 시스템 부패를 파고든다. K-크라임 장르의 새로운 시도를 분석한다.
범인은 이미 잡혔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다시 그 이야기를 보고 싶어할까?
2019년, 30년 넘게 미제로 남아있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DNA 증거로 검거됐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오래된 미제 사건 중 하나가 마침내 닫힌 것이다. 그리고 2026년, 드라마 《허수아비》는 그 사건을 다시 꺼내든다. 단, 이번엔 조금 다른 질문을 들고서.
무슨 드라마인가: 범인보다 '시스템'을 겨냥하다
《허수아비》는 박해수가 연기하는 형사 강태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2019년, 30년간 그를 괴롭혀온 연쇄살인범이 마침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과거로 되돌아간다. 시계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가상의 도시 강성으로 돌아간다.
당시 강성에서는 여성 세 명이 묶인 채 성폭행당하고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태주는 연쇄성을 직감하지만, 주변은 다르다. 검사 차시영(이희준 분)은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내세워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 태주의 어린 시절 괴롭힘 가해자이기도 한 그는, 불법 자백 강요와 권력 남용을 밥 먹듯 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미지 관리'가 정의보다 중요했던 시대의 민낯이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결말을 공개한다. 범인은 결국 잡힌다.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이 사건이 30년이나 미제로 남을 수 있었는가.
왜 지금인가: '해결된 사건'이 주는 역설적 공포
《시그널》, 영화 《살인의 추억》. 이춘재 사건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이미 여럿 존재한다. 그런데 《허수아비》가 이전 작품들과 다른 점은 하나다. 범인이 잡혔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다는 것.
미제 사건일 때의 공포는 '모름'에서 온다. 그러나 범인이 밝혀진 뒤의 공포는 '앎'에서 온다. 우리는 이제 그가 누구인지 안다. 그런데도 30년 동안 잡히지 않았다. 그 3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허수아비》는 바로 그 공백을 파고든다.
1988년이라는 배경도 의미심장하다. 민주화 운동과 올림픽이 교차하는 그 해, 공권력은 시위 진압에 바빴고 검찰은 실적에 눈이 멀어 있었다. 드라마 속 태주의 형사대가 연쇄살인 수사 대신 학생 시위대를 잡으러 나가는 장면은, 단순한 배경 묘사가 아니다. 그것이 바로 범인이 30년을 활보할 수 있었던 구조적 이유라는 고발이다.
K-크라임 장르의 진화: 괴물보다 시스템을
한국 크라임 장르는 오랫동안 '괴물 같은 범인'을 중심에 놓았다. 시청자는 범인의 정체를 쫓고, 형사는 그를 추적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허수아비》는 범인 '이용우'의 정체를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유지한다. 대신 두 주인공, 형사 태주와 검사 차시영의 대립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구도는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니다. 정의를 향한 개인의 집념과, 그것을 짓누르는 시스템의 충돌이다.
이희준이 연기하는 차시영은 드라마 사상 손꼽히는 악역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나쁜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시스템이 그에게 나쁜 짓을 할 공간을 계속 열어준다는 점이 더 무섭다. 불법 자백 강요, 경쟁 검사의 아들 체포를 이용한 정치적 거래, 언론 조작. 그 모든 행위가 처벌받지 않는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글로벌 OTT 시대, K-드라마는 이제 단순한 '한국 이야기'가 아니다. 《오징어 게임》이 계급 불평등을 우화로 풀어냈다면, 《허수아비》는 공권력 부패와 사법 불신이라는 주제를 역사적 실화에 기반해 정면으로 다룬다. 이 주제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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