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러시아 미사일을 사는 이유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5900억원 규모 미사일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과 중동 군사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작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최첨단 방공망이 무력화되자, 이란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달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5900억원 규모의 베르바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수천 기를 비밀리에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값비싼 교훈이 남긴 전략 전환
이란의 이번 무기 도입은 단순한 군비 증강이 아니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고정식 방공 시설들이 파괴되면서, 테헤란은 근본적인 방어 전략 재검토에 나섰다. 기존의 거대하고 값비싼 방공 시스템 대신, 더 저렴하고 이동이 용이한 무기체계로 눈을 돌린 것이다.
베르바 미사일은 러시아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로, 개인이 어깨에 메고 운용할 수 있다. 한 기당 가격은 고정식 방공 시설의 수백분의 일에 불과하지만, 게릴라전이나 비대칭 전쟁에서는 오히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투기들이 아무리 정교해도, 예측 불가능한 위치에서 발사되는 수천 기의 미사일을 모두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계산법
러시아 역시 이번 거래에서 단순한 경제적 이익 이상을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이란과의 군사 협력 강화는 푸틴 정부에게 여러 이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중동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대리인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란이 러시아에 샤헤드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국은 사실상 무기 교환을 통해 각자의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대결에 필요한 방공 능력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활용할 드론을 확보하는 윈-윈 구조다.
중동 군사균형의 새로운 변수
이번 무기 거래가 실현되면 중동의 군사균형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공중 우위를 바탕으로 이란의 핵시설이나 군사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수천 기의 휴대용 미사일이 이란 전역에 배치되면, 이스라엘 공군의 작전 환경은 훨씬 까다로워진다.
미국 역시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카드의 효용성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압박이 예전만큼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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