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K팝 팬덤을 뒤집은 '뉴진스 손절' 선언, 해외 팬들은 왜 분노했을까?

한 댄서의 발언이 K팝 씬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최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댄서 타잔(본명 이승현)의 한마디가 K팝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좋아하는 아이돌이 바뀌었다고 말했지만, 그 시점과 맥락 때문에 발언은 단순한 취향 고백을 넘어 '정치적 선언'으로 해석되며 전 세계 팬들의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냈죠. 지금 K팝 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하이브(HYBE)와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의 갈등 한복판에서 던져진 이 발언, 왜 이렇게까지 바이럴이 되었을까요?

이 발언이 바이럴이 된 3가지 이유

• 절묘한 타이밍: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논란의 중심에 있는 그룹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기름을 부었어요.
• '갈아타기'의 상징성: K팝 팬덤에서 '지지'와 '의리'는 매우 중요한 가치예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갈아탔다'는 표현은 단순한 팬심 변화가 아닌, '배신' 또는 '줄서기'로 읽힐 수 있는 민감한 코드입니다.
• 논란의 인물, 타잔: 과거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의 발언이라는 점이 더해져, 발언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사건의 전말: "뉴진스에서 아일릿, 르세라핌으로"

사건은 간단합니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타잔은 MC들이 요즘 좋아하는 아이돌이 누구냐고 묻자 "원래 뉴진스 팬이었는데, 아일릿과 르세라핌으로 갈아탔다"고 답했습니다. 이 한 문장이 모든 논란의 시작이었죠.

한 문장이 퍼져나간 경로

해당 발언은 방송 직후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더쿠, 인스티즈 등)에서 빠르게 클립과 캡처 형태로 퍼져나갔습니다. 이후 K팝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해외 트위터(X) 계정들이 이를 번역해 공유하면서 논란은 순식간에 글로벌 팬덤으로 확산됐죠. 특히 레딧(Reddit)의 r/kpop, r/kpopthoughts 같은 서브레딧에서는 이 발언의 문화적 맥락과 의도를 두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토론의 장이 열렸습니다.

글로벌 팬덤의 반응: "이건 그냥 의견이 아니야"

해외 팬들은 이 발언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않았어요. 오히려 한국 팬들보다 더 날카롭게 그 이면에 숨은 의도와 맥락을 분석하며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 "지금 이 시점에 저런 말을 하는 건 너무 투명하게 관심 끌기 아닌가?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 (레딧 유저) - 타이밍의 교묘함을 지적하는 반응이 가장 많았어요.
• "솔직히 이 사람이 누군데? K팝 씬의 가장 큰 드라마에 숟가락 얹어서 5분이라도 유명해지려는 필사적인 시도로밖에 안 보여." (트위터 유저) - 타잔의 인지도를 지적하며, 그의 발언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냉소적인 시선입니다.
• "서구권에서는 여러 아티스트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지. 하지만 K팝 팬덤 전쟁 중에 '갈아탄다'는 건 선전포고나 다름없어. 그는 명백히 편을 고른 거야." (레딧 유저) - 팬덤 문화의 차이를 정확히 짚어내며, 이번 발언이 K팝 생태계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통찰력 있게 분석한 의견입니다.
• "어떤 듣도 보도 못한 안무가가 어떤 걸그룹을 좋아하는지 누가 신경이나 쓸 거라고 생각했다는 게 놀랍다. 주인공 증후군이 심각하네." (트위터 유저) - K팝 팬덤 용어인 '누구(nugu)'를 사용하며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비꼬는 반응도 눈에 띄었습니다.

PRISM Insight: 팬덤 정치학과 '줄서기'의 문화

이번 타잔의 발언과 그에 대한 글로벌 팬덤의 반응은 현대 K팝 팬덤의 중요한 특징 두 가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바로 '팬덤 정치학'과 '글로벌 팬덤의 맥락 소비 능력'이죠.

첫째, K팝 팬덤은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지지하는 아티스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강력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형성합니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단순한 기업 분쟁이 아닌, '창작의 독립성'과 '거대 자본의 논리'가 충돌하는 서사로 소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쪽 그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는 공개적인 발언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정치적 줄서기'이자 '배신'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팬들은 그의 발언에서 '힘 있는 쪽'에 붙으려는 의도를 읽어낸 것이죠.

둘째, 더 이상 해외 팬들은 K팝을 표면적으로만 즐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번역과 커뮤니티를 통해 복잡한 산업 내부의 이슈와 문화적 맥락까지 깊이 파고들고 해석합니다. 'clout-chasing(관심 끌기)', 'picking a side(편들기)'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타잔의 발언 의도를 분석하는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K팝 씬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K팝이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전 세계 팬들이 함께 분석하고 토론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텍스트'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