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년 만에 영국 차트 진입, KATSEYE가 증명한 것
KATSEYE의 'Touch'가 데뷔 약 2년 만에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 진입했다. 늦은 역주행의 배경에는 HBE 모델의 구조적 특성과 글로벌 K팝 팬덤의 변화가 있다.
데뷔곡이 차트에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 약 2년이었다. 통상 K팝 아이돌의 생명주기가 컴백 주기 단위로 측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단순한 '역주행'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가리킨다.
KATSEYE의 데뷔곡 'Touch'가 지난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 88위로 첫 진입했고, 이번 주 추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PINKY UP'은 톱 50 안에 머물고 있다. 영국 오피셜 차트는 미국 빌보드 핫 100에 준하는 영미권 대표 지표다. 두 곡이 동시에 영국 차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KATSEYE가 단일 히트곡이 아닌 카탈로그 전반에 걸쳐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HBE 모델의 실험, 2년 후 성적표
KATSEYE는 하이브와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게펜 레코드가 공동 기획한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Dream Academy'를 통해 탄생했다. 한국 기획사의 시스템과 미국 메이저 레이블의 유통·마케팅 인프라를 결합한 이른바 'HBE(Hybe-Geffen) 모델'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K팝 방법론의 수출이다. 멤버 구성부터 트레이닝, 세계관 구축까지 하이브의 아이돌 제조 공식을 비(非)한국 시장에 이식하되, 퍼포머는 다국적으로 구성해 현지 팬덤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다. KATSEYE의 멤버는 미국, 스위스, 필리핀, 한국계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데뷔 초기 반응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 'Touch'는 2024년 여름 공개됐지만 당시 영미권 주류 차트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번 영국 차트 진입이 '역주행'으로 읽히는 이유다.
왜 지금, 왜 영국인가
역주행의 촉매는 복합적이다. KATSEYE는 최근 'PINKY UP' 활동으로 팬덤 규모를 키웠고, 이 과정에서 기존 카탈로그로의 유입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K팝 팬덤의 '역주행 소비' 패턴—신곡 팬이 구곡을 역으로 탐색하는 방식—이 여기서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시장의 특성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은 K팝 소비에서 유럽 내 프랑스, 독일과 함께 선도적 위치에 있지만, 동시에 자국 팝 문화의 자부심이 강한 시장이다. 오피셜 차트 진입 자체가 단순 스트리밍 수치가 아닌 실물 판매와 다운로드를 포함한 복합 지표라는 점에서, KATSEYE의 영국 차트 안착은 팬덤의 '능동적 소비'가 뒷받침됐음을 의미한다.
타이밍도 의미심장하다. 2026년 현재 K팝 4세대 그룹들이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동안, 영국을 포함한 유럽 시장은 상대적으로 경쟁 밀도가 낮다. KATSEYE가 영미권 팬덤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구조적 위치에 있다는 점은, HBE 모델의 장기 포지셔닝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 성과가 증명하는 것, 아직 증명 못 한 것
영국 차트 진입은 HBE 모델에 유의미한 신호다. K팝 방법론이 비한국 퍼포머를 통해 영미권 주류 시장에 침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차트 진입 자체와 차트 지속력은 다른 문제다. KATSEYE의 현재 포지션은 K팝 팬덤의 충성 소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팬덤 외부의 일반 청취자—영국 팝 시장의 다수—를 얼마나 끌어들이고 있는지는 차트 순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HBE 전략을 따르더라도, KATSEYE가 원디렉션이나 리틀 믹스 같은 영국 자생 팝 그룹과 비슷한 대중적 수용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 성과를 2세대 HBE 프로젝트의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게펜 레코드 입장에서는 K팝 방법론의 ROI를 미국 시장 기준으로 재평가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두 기업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이 협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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