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축사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
AI가 신입 일자리를 잠식하는 시대, 한 풍자 칼럼이 2026년 졸업생의 현실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이유를 짚는다.
"여러분의 꿈이 예술가인가요? 고용주의 꿈은 버튼 하나로 예술을 뽑아내는 겁니다. 누구의 꿈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됐을까요?"
이 문장은 어느 졸업식 축사의 일부다. 정확히는 풍자다.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가 쓴 가상의 졸업식 연설문으로, 화자는 AI 기업 CEO를 연기한다. 그는 신입생들을 "역겨운 고깃덩어리"라 부르고, AI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 선언하며, 그나마 인간에게 남은 일자리로 "뭔가를 삽으로 퍼내는 것"이나 "지하 암굴에서 손으로 돌을 깨는 것"을 제안한다.
웃기다. 그런데 웃기지 않다.
풍자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할 때
이 글이 불편한 이유는 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미국의 엔트리레벨 채용 공고는 2022년 대비 약 30~40% 감소했다는 분석이 여러 취업 플랫폼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콘텐츠 제작, 코딩, 데이터 입력, 고객 서비스 등 전통적으로 신입이 발을 들이던 직군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기업들은 주니어 직원 대신 ChatGPT, Midjourney, GitHub Copilot 같은 도구를 도입하고, 시니어 직원 한 명이 이 도구들을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AI 기반 업무 자동화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대기업 공채 규모는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5년 대졸 신입 채용 계획을 가진 기업 비율은 전년 대비 7%포인트 감소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스펙을 쌓는 데 평균 2.5년을 쓰지만, 그 사이 문은 더 좁아진다.
풍자 속 CEO가 말한다. "사회는 여전히 당신에게 직업이 있기를 요구합니다." 이 문장은 농담이 아니다. 현대 사회 구조는 소득과 의료, 주거, 사회적 정체성을 여전히 '직업'이라는 단일 창구에 묶어 놓고 있다. AI가 그 창구를 막기 시작했는데, 창구의 설계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세대마다 다른 공포의 언어
흥미로운 점은 이 풍자에 대한 반응이 세대별로 갈린다는 것이다.
40대 이상은 대체로 "그래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반응한다. 이 세대는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도 비슷한 공포를 겪었고, 결국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났다는 경험을 갖고 있다. 낙관론은 경험에서 나온다.
20대 졸업생들의 반응은 다르다. 이들은 "새로운 직업이 생기겠지"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지금 당장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한다. 역사의 장기 패턴은 개인의 단기 생존과 무관하다. 산업혁명 때 방직공이 "결국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거야"라는 말로 위안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전환기에 그들이 겪은 빈곤은 실재했다.
문화적으로도 해석이 갈린다. 미국에서 이 풍자는 빅테크 CEO에 대한 계급적 분노를 담은 것으로 읽힌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비용 절감과 주가 상승을 추구한다는 위선에 대한 조롱이다. 한국에서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사회적 계약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불안, 그리고 그 계약을 믿고 수천만 원의 교육비를 투자한 부모 세대의 당혹감.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풍자 속 CEO는 묻는다. "이 용감한 신세계에서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모르겠다." 이것이 이 글에서 가장 솔직한 문장이다.
지금까지 AI 대체 논쟁은 주로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에 집중됐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직업이 소득만이 아니라 정체성과 사회적 연결의 원천이기도 한 사회에서, AI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기본소득 논의, 노동 시간 단축, 교육 시스템의 재설계—이 모든 것이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지만, 어느 것도 충분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풍자는 웃음으로 끝나지만, 현실은 그다음 날도 계속된다. 에밀리는 오늘도 이력서를 수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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