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주는 가게, 지금 왜 스크린에 오는가
라미란·이레 주연 판타지 영화 《전천당》, 일본 베스트셀러 원작 한국 영화화의 산업 맥락과 '소원 판타지' 장르 부활의 의미를 분석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가 두 곳이라면, 당신은 어느 쪽 문을 두드리겠는가.
라미란과 이레가 각각 경쟁하는 소원 가게의 주인으로 맞붙는 판타지 영화 《전천당》(가제)이 개봉일을 확정하고 메인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다. 일본의 동명 베스트셀러 아동·청소년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행운의 동전을 가진 손님이 찾아올 때마다 기묘한 일이 벌어지는 과자 가게 '전천당'을 배경으로 한다. 원작 소설은 일본에서 시리즈 누적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메가 IP로,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화된 전례도 있다.
왜 지금, 왜 이 원작인가
2025~2026년 한국 극장가는 고예산 액션·범죄물이 상단을 장악하는 가운데, 가족 관객을 겨냥한 판타지 장르는 뚜렷한 공백 지대로 남아 있다. 넷플릭스·티빙 등 OTT가 드라마 포맷의 판타지 IP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극장 판타지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희소해졌다. 《전천당》이 노리는 시장은 바로 이 틈새다. 가족 단위 관객, 원작 팬덤, 그리고 '소원 판타지'라는 보편적 정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일본 원작 IP를 한국 영화로 가져오는 방식 자체는 새롭지 않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소설 원작의 극장 판타지 영화화는 한국에서 여전히 드문 시도다. 《해리 포터》 시리즈나 일본의 《너의 이름은》 같은 사례가 증명했듯, 이 장르의 성패는 원작 세계관의 '감각적 번역'에 달려 있다. 원작의 과자 가게라는 설정이 한국 정서에서 어떻게 재맥락화될지가 관건이다.
라미란·이레, 그리고 '경쟁 구도'라는 서사 장치
캐스팅은 이 영화의 산업적 포지셔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라미란은 2010년대 이후 한국 영화에서 '믿고 보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전환한 대표적 배우다. 《걸캅스》(2019), 《소울메이트》(2023) 등을 거치며 중장년 여성 관객층과 강한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이레는 《82년생 김지영》(2019)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뒤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20대 배우로, 두 세대의 여성 배우가 '라이벌'로 맞서는 구도는 그 자체로 다층적인 관객 흡인력을 갖는다.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니라 '두 소원 가게의 경쟁'을 축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공간이 복수로 존재한다는 설정은 원작의 핵심 긴장이기도 하다. 선의와 악의, 혹은 두 가지 다른 방식의 선의가 충돌할 때 관객은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가—이 질문이 서사의 동력이 된다.
'소원 판타지'가 지금 다시 소환되는 이유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나 공간을 다루는 판타지는 시대마다 다른 결로 소비됐다. 2010년대 초반 한국 드라마에서 도깨비·신선·저승사자 같은 초월적 존재가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시스템 밖의 해결사'보다 '일상 속의 작은 기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과자 가게라는 소박한 공간에서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설정은, 거대 서사에 피로해진 관객에게 훨씬 낮은 문턱을 제공한다.
이 흐름은 한국 사회의 정서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경쟁과 성과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소소한 바람'이 실현되는 이야기에 대한 수요는, 《나의 해방일지》나 《무인도의 디바》가 공략한 탈성과주의 정서와 같은 지층 위에 놓인다. 다만 《전천당》은 그것을 성인 드라마가 아닌 가족 판타지 포맷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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