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에게 야유를? 영국 크리스마스의 기묘한 전통 '팬토마임'

동화책 속 우아한 공주님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영국인들은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무대 위 배우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몸짓 언어의 '마임'과는 전혀 다른, 영국만의 독특한 연극 문화 팬토마임(Pantomime) 이야기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관객 참여의 미학

영국의 팬토마임 공연장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조용히 하지 않는 것'이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가능한 한 큰 소리로 외쳐야 한다. 악당이 등장하면 야유를 보내고, 주인공 뒤에 위험이 닥치면 "그거 네 뒤에 있어!(It's behind you!)"라고 외치는 것이 영국 극장가의 오랜 관습이다. Ella Carmen Dale 작가의 기록에 따르면, 이러한 관객의 능동적 참여는 공연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동화와 성인 유머의 아슬아슬한 만남

팬토마임의 소재는 주로 '신데렐라'나 '알라딘' 같은 익숙한 동화지만, 그 내용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극에는 소위 '보디(bawdy)'라고 불리는 외설적이거나 익살스러운 성인용 농담이 가미된다.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이 축제 같은 연극은 아이들에게는 화려한 볼거리를, 어른들에게는 해학적인 풍자를 제공하며 전 연령층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