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화폐 위기, 시위로 번진 경제 붕괴의 신호탄
이란 리알화 가치가 0달러까지 추락하며 테헤란 바자르에서 시위가 폭발했다. 경제 제재와 통화 위기가 만든 사회 불안의 실체를 분석한다.
1월 초, 여러 환율 추적 사이트에서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0달러'로 표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통화 가치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시스템이 처리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었다. 이란의 주요 국제 거래 플랫폼에서 리알화 거래가 중단되면서, 테헤란의 전통적인 상업 중심지인 바자르 지구에서 상인들의 항의 시위가 터져 나왔다. 시위는 곧 전국적인 대규모 사회 불안으로 확산됐다.
2019년과는 다른 양상
이번 시위는 2019년 연료비 인상 반대 시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반발이었다면, 이번에는 경제 시스템 자체의 붕괴에 대한 절망감이 폭발한 것이다.
이란 중앙은행의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 간 격차는 300% 이상으로 벌어졌다. 일반 시민들은 공식 환율로는 달러를 구할 수 없고, 암시장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면서 이란의 석유 수출 수입이 80%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재편까지 겹치면서, 이란 경제는 완전한 고립 상태에 놓였다.
일상을 파괴하는 인플레이션
테헤란의 한 상인은 "아침에 1만 리알이던 빵값이 저녁에는 1만 5천 리알이 됐다"고 증언했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이란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45%를 넘어서고 있으며,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은 하루 단위로 오르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절망감이 깊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구한다 해도 급여로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유지하기 힘들다. 20-30대 실업률은 30%를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이란 정부는 "서방의 경제 전쟁"이라며 외부 탓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더 이상 이런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딜레마
미국과 유럽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중동 지역 개입을 막기 위해 경제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재가 일반 시민들에게 미치는 타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과의 경제 협력을 늘리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란 경제를 떠받치기에 부족하다. 특히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 상황에서는 무역 결제조차 쉽지 않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경제 위기를 지역 내 영향력 확대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완전한 붕괴는 난민 사태와 지역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어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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