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명이 머무는 '경계의 공간', 리미널 스페이스가 인기인 이유

당신은 이 공간을 분명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곳엔 아무도 없다. 텅 빈 복도, 심야의 공항 대기실, 조명이 켜진 정체 모를 주차장까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미디어를 중심으로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라는 기묘한 미학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한,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담은 이 현상에 전 세계 수만 명이 열광하고 있다.

텅 빈 공간이 주는 기묘한 위로와 불안

리미널 스페이스는 본래 '경계' 또는 '전환점'을 의미하는 라틴어 'Limen'에서 유래했다. 물리적으로는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공간들을 뜻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러한 공간들은 인간의 존재가 삭제되었을 때 특유의 이질감을 자아낸다. 2019년 8월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 '리미널 스페이스'는 현재 매주 15만 6천 명의 방문자가 찾으며, 매주 4천 건 이상의 사진이 공유될 정도로 거대한 팬덤을 형성했다.

제럴드 D. 하인즈 건축 디자인 대학의 밀리 키로풀루 교수는 이 현상에 대해 인간의 뇌가 맥락적 연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북적여야 할 공간이 정지된 화면처럼 비어 있을 때, 우리는 강렬한 향수와 공포, 안락함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경험을 넘어 정서적인 전환기, 즉 이혼이나 졸업과 같은 삶의 중간 단계에서 느끼는 감정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AI는 금지, 오직 순수한 현실의 이질감만

이 커뮤니티에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사진 속에 사람이나 생명체가 등장해서는 안 되며, 자막이나 텍스트 편집도 금지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생성 콘텐츠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현실 세계에서 발견한 '우연한 기묘함'이야말로 리미널 스페이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베리웰 마인드에 따르면, 이러한 공간을 바라보는 인식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누군가에게는 압도적인 불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