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트 바르도 91세 별세: 프랑스의 영원한 연인에서 투사로 남긴 유산

한때는 프랑스 자체로 불렸던 시대의 아이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1960년대 세계적인 섹스 심벌로 군림하다 동물권 운동가로 변신했던 브리지트 바르도가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브리지트 바르도 91세 별세와 파란만장한 생애

로이터와 AP 통신에 따르면,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은 그녀가 프랑스 남부 자택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녀는 지난달 병원에 입원하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르도는 1956년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를 통해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당시 그녀가 보여준 파격적인 모습은 보수적이었던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으며, 이후 그녀의 얼굴은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마리안느' 상의 모델이 될 만큼 국가적인 위상을 누렸습니다.

은막을 떠나 동물권 투쟁의 현장으로

바르도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39세의 나이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28편의 영화를 남기고 스크린을 떠난 그녀는 이후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을 설립하고 평생을 동물 보호에 헌신했습니다. 북극의 하프물범 도살을 막기 위해 빙하 위에서 시위를 벌이고, 실험동물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등 그녀의 행보는 거침없었습니다. 그녀는 과거의 영광보다 고통받는 동물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명성을 투쟁의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이 늘 박수만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노년에 들어서며 보여준 극우적 정치 성향과 이민자, 특히 무슬림에 대한 혐오 발언은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녀는 인종적 증오를 부추긴 혐의로 프랑스 법원에서 5차례나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대중의 존경을 잃기도 했습니다. 장마리 르펜과 같은 극우 정치인들을 공개 지지하며 보여준 행보는 '자유의 상징'이었던 과거와는 대비되는 모순적인 모습으로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