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바르도 91세 타계: 섹스 심벌에서 동물 수호자까지의 파란만장한 일생

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아이콘이 무대 뒤로 사라졌다. 1950년대 프랑스 영화를 세계 지도에 올리고 여성의 성적 해방을 상징했던 브리짓 바르도가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로이터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영화계의 정점에서 은퇴한 후 동물 권리 보호에 여생을 바쳤으나, 말년에는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법정을 오가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브리짓 바르도 91세 타계: 1950년대를 뒤흔든 '자유'의 상징

1934년 9월 28일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바르도는 엄격한 가톨릭 집안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그녀는 15세의 나이에 잡지 엘르(Elle)의 표지를 장식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유행하던 정형화된 미인상과 달리, 자유롭게 풀어헤친 머리와 탄탄한 몸매를 가진 그녀는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준 피유(Jeune Fille)' 스타일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녀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1956년 개봉한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And God Created Woman)였다. 당시 남편이었던 로제 바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바르도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보수적이었던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실존주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그녀를 '절대적 자유의 아이콘'이라 칭송했으나,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영화 상영이 금지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은막을 떠나 동물의 품으로

약 50편의 영화를 남긴 바르도는 1973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내 젊음과 아름다움을 남성들에게 주었으니, 이제는 나의 지혜와 경험을 동물들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녀는 자신의 보석과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아 300만 프랑을 마련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멸종 위기 동물 보호와 학대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그러나 빛나는 명성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했다. 말년에 그녀는 이슬람 교도의 도축 방식과 동성애, 인종 간 결혼 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수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아들과의 불화 등 개인적인 비극이 겹치며 그녀의 명성은 복합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키니를 대중화하고 여성을 억압하던 기존의 틀을 깬 그녀의 문화적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