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식 관세에 맞서는 21세기형 복수: 미국의 '디지털 자물쇠'를 부숴라

악수했지만 주먹은 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으로 시작될 2026년, 세계 각국은 자국 소비자의 지갑을 털어가는 보복 관세 대신 미국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를 새로운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미국 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온 '우회방지법(Anti-circumvention laws)'의 폐기다.

관세 전쟁의 역설: 내국인의 지갑을 공격하는 보복

와이어드(WIRED) 보도에 따르면, 전통적인 보복 관세는 사실상 자국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19세기식 전술에 불과하다. 물가 상승은 정치인에게 치명적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은 대중이 물가를 올린 지도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무역국들은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대신, 미국 기업들이 심어놓은 '디지털 자물쇠'를 법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억 달러의 '디지털 지대'를 무너뜨릴 전략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에 우회방지법 도입을 압박해왔다. 이 법은 제조사의 허가 없이 기기나 서비스를 수정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다. 덕분에 애플은 제3자 앱스토어를 차단하고, 존 디어는 외부 수리를 막으며 매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지대 수익을 챙겨왔다. 만약 한 국가가 이 법을 폐기한다면, 전 세계 소비자들은 저렴한 '탈옥' 도구를 통해 미국 기업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테슬라와 머스크의 아킬레스건

특히 이 전략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에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높은 주가수익비율(P/E ratio)은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다. 만약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락을 합법적으로 해제하여 자율주행 기능을 한 번의 비용으로 영구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면,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등을 위해 담보로 잡은 주식 가치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