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인기가요, 한불 외교 140년을 K팝으로 쓴다
SBS 'K-EXPO 인기가요 in 파리'에 태민과 NCT WISH가 합류했다.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이 단순 팬 이벤트를 넘어 K팝 외교 자산으로 기능하는 구조를 분석한다.
국가가 팝 스타를 외교관으로 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SBS가 5월 11일 공개한 'K-EXPO 인기가요 in 파리' 첫 라인업에는 SHINee의 태민과 NCT WISH가 이름을 올렸다. 이 행사는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공연으로, 단순한 해외 팬 콘서트가 아니라 양국 정부가 관여하는 문화 외교 이벤트다. 인기가요라는 브랜드가 서울 스튜디오를 벗어나 파리에 상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왜 태민이고, 왜 NCT WISH인가
라인업 구성은 단순한 인기 순위가 아니라 전략적 계산의 결과물로 읽힌다. 태민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2008년SHINee 데뷔 이후 18년의 커리어를 쌓았고, 솔로 아티스트로서 유럽 시장에서 독자적인 팬층을 확보한 몇 안 되는 4세대 이전 아이돌 중 하나다. 특히 프랑스는 K팝 유럽 소비의 진원지로, 파리 공연에서 태민의 이름값은 '레거시 K팝'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NCT WISH는 2024년 데뷔한 신인 그룹으로, 이 행사에서 '현재 진행형 K팝'의 얼굴을 담당한다. 두 팀의 조합은 K팝의 시간적 깊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구도다. 외교 기념 행사에서 산업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함께 전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인기가요'라는 브랜드가 해외로 나간다는 것
인기가요는 1991년 시작된 SBS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으로, K팝 팬들에게는 뮤직뱅크·엠카운트다운과 함께 '3대 음방' 중 하나로 인식된다. 이 브랜드를 해외 행사명으로 사용하는 건 단순한 이름 차용이 아니다. 국내 팬덤 문화의 핵심 기표를 해외 시장에 이식하는 시도이며, 동시에 SBS가 콘텐츠 IP를 글로벌 행사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비교 대상은 Mnet의 KCON이다. KCON은 2012년 LA에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0개 이상 도시에서 개최되는 K팝 컨벤션으로, 팬 참여형 행사와 공연을 결합한 포맷으로 자리잡았다. SBS의 'K-EXPO 인기가요' 포맷이 일회성 외교 이벤트에 그칠지, KCON처럼 반복 가능한 글로벌 IP로 진화할지는 이번 파리 행사의 성과에 달려 있다.
문화 외교의 경제학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행사에 K팝 공연이 포함된다는 사실 자체가 2010년대 이후 한국 공공외교의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 외교 기념 행사가 전통문화 공연이나 학술 행사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K팝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는 한국 정부가 K팝을 소프트파워 자산으로 공식화했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민간 산업의 성과물을 국가 외교 자원으로 동원하는 구조에 대한 질문도 남긴다.
프랑스 입장에서도 이 행사는 단순 수용이 아니다. 프랑스는 자국 문화 보호 정책(exception culturelle)으로 유명한 나라지만, K팝에 대한 프랑스 젊은 세대의 소비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파리에서 열리는 K팝 행사는 양국 정부 모두에게 '문화적 상호성'을 연출할 수 있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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