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뉴클락시티 아에타 토지권: 스마트 시티와 쫓겨나는 원주민

테일러 스위프트를 위한 5억 1,500만 달러 규모의 초현대식 경기장이 세워지는 동안, 수천 년간 그 땅을 지켜온 원주민들은 '불법 점유자'로 몰리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추진하는 거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인 뉴클락시티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토착 원주민인 아에타(Aeta) 부족의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마닐라 북부의 사팡 카와얀 마을 주민들은 정부의 개발 붐이 자신들의 법적 토지 권리를 인정받기도 전에 터전에서 쫓아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필리핀 뉴클락시티 아에타 토지권 분쟁의 배경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뉴클락시티를 투자자와 관광객을 위한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 장밋빛 청사진은 과거 미군 기지였던 클라크 공군 기지 부지 위에 건설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약 500가구의 아에타 원주민이 살고 있다. 부족장 페트로닐라 카피즈는 "우리는 미국인이나 스페인인이 오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다"며, 대를 이어온 땅이 계속해서 빼앗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 산하 기지전환개발청(BCDA)은 해당 지역이 미군 기지 시절부터 정부 소유였음을 강조하며, 아에타인들의 법적 토지 소유권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BCDA는 영향받는 가구에 평당 약 0.51달러의 낮은 보상금과 이주 주택을 제안했지만, 원주민들은 조상 전래의 땅에 대한 법적 권리 증서인 CADT 발급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조상 전래 토지권(CADT) 발급의 높은 벽

아에타인들이 땅의 주인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원주민위원회(NCIP)로부터 CADT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지나치게 관료적이고 학문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발급을 위한 주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최소 3세대 또는 식민지 이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5개 가문의 족보
• 부족 원로들의 증언 및 인구 조사 데이터
• 해당 영토에 대한 상세 지도 작성

전문가들은 이러한 절차가 글을 배우지 못한 원주민들에게 사실상 '박사 학위 논문 방어'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담당자가 교체되어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