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밥상이 판타지가 되는 법
박지훈 주연 티빙 오리지널 《주방전사 열전》, 5월 11일 공개. 군대 급식 소재가 왜 지금 K드라마 판타지 문법과 만나는지, 산업 좌표와 함께 읽는다.
군대 밥이 맛있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티빙이 이 질문 하나로 12부작 드라마를 만들었다.
박지훈 주연의 《주방전사 열전(The Legend of Kitchen Soldier)》이 오는 5월 11일 티빙을 통해 공개된다. tvN 월화 편성 슬롯에서 《유미의 세포들 3》 뒤를 이어받는 작품으로, 국제 스트리밍은 Viki를 통해 제공된다. 연출은 《구미호뎐》 《A Superior Day》의 조남형 PD, 집필은 《Sorry Not Sorry》의 최룡 작가가 맡았다.
밥 한 끼의 서사 구조
줄거리는 단순하다. 입대 후 성실함으로 인정받던 강성재(박지훈)가 새 부대에 배치되자마자 상급자 이상이에 의해 주방으로 발령된다. 현재 취사병 이동현(이홍내)의 요리 실력이 처참해 식사 시간이 전쟁터가 된 상황. 성재가 앞치마를 두르자 밥상이 달라지고, 지휘관들은 황홀경에 빠진다. 처음엔 성재의 성공에 삐진 동현이지만, 살아있는 닭을 함께 무서워하는 장면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유대감이 싹튼다.
이 구조는 최근 K드라마에서 반복되는 '능력자가 예상치 못한 자리에 배치되어 그 공간을 바꾼다' 는 레벨업 서사의 군대 버전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포차, 《식샤를 합시다》의 혼밥 문화, 《나의 아저씨》의 직장 공동체처럼, 음식과 공간이 인물 관계의 매개가 되는 문법은 K드라마가 오래 써온 코드다. 《주방전사 열전》은 여기에 군대라는 폐쇄 공간과 판타지적 과장을 얹어 변형을 시도한다.
티빙의 포지셔닝과 박지훈의 선택
이 작품이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아닌 티빙에서 나온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2026년 상반기 OTT 시장은 넷플릭스의 《폭싹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시즌물이 상단을 점령한 구조다. 티빙은 같은 전장에서 정면 승부 대신, tvN 편성 슬롯과의 연계를 통해 선형 TV 시청자와 OTT 구독자를 동시에 겨냥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가 쌓아온 월화 슬롯의 브랜드 자산을 이어받는 것도 이 전략의 일부다.
박지훈의 선택도 읽힌다. 그는 《약한영웅 Class 2》(2024)에서 강렬한 액션 연기로 아이돌 출신 배우 이미지를 상당 부분 벗어냈다. 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상에서 코믹과 따뜻함을 추가하는 스펙트럼 확장 시도다. 아이돌 출신 배우의 경력 경로를 보면, 아이유의 《호텔 델루나》(2019) 이후 '아이돌 팬덤 + 드라마 캐릭터 소화력' 조합이 하나의 공식이 됐다. 박지훈이 이 공식을 따르되, 로맨스보다 버디물·성장물 쪽으로 무게를 옮긴 점이 차별점이다.
군대 급식, 왜 지금 판타지가 되는가
군대 급식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참아야 하는 것'의 상징이었다. 2010년대 이후 실제 군 급식 질 개선이 이슈화됐고, 유튜브에는 군대 급식 리뷰 채널이 수십만 구독자를 모으는 현상도 생겼다. 이 소재가 드라마로 들어오는 건, 군 복무 경험이 있는 20-40대 남성 시청자에게 향수와 공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드라마는 '맛있는 밥 한 끼가 공동체를 바꾼다'는 메시지를 군대라는 극단적 위계 공간에서 실험한다. 이는 탈성과주의 정서와 맞닿는다. 전투력이 아닌 밥 짓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주인공, 계급 대신 함께 닭을 무서워하는 유대감. 이 설정들은 성과와 서열로 작동하는 군대 문법을 음식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로 해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12부작 분량이 이 주제를 충분히 파고들 수 있을지는 열려 있다. 같은 군대 배경 코믹물인 《최강을 원한다》(2021)나 《DP》 시리즈가 각각 가볍고 무거운 방향으로 군대 공간을 소비한 방식과 비교할 때, 《주방전사 열전》이 판타지와 현실 사이 어느 지점에 착지할지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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