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욕망에 사로잡힌 검사로 돌아온다
ENA 새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이희준이 엘리트 검사로 변신. 1988년과 2019년을 오가는 서스펜스 스릴러, K-드라마 장르의 새 흐름을 예고하는가.
배우 한 명이 작품을 고르는 방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언이다.
이희준이 ENA 신작 드라마 '허수아비'를 택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욕망에 잠식된 엘리트 검사. 최근 공개된 스틸컷에서 그는 날카로운 눈빛과 흠 없는 슈트 차림으로 등장했는데, 그 표정 어딘가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말끔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균열, 그것이 이 드라마가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두 남자, 31년의 시간
'허수아비'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1988년과 2019년, 두 시대를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 형사가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자신이 가장 경멸하는 남자와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불운으로 묶인 두 사람의 불편한 동맹,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31년의 세월.
시대극과 현대극을 동시에 품는 구조는 최근 K-드라마에서 주목받는 방식이다. '시그널', '비밀의 숲' 등이 시간적 층위를 활용해 서사의 밀도를 높였던 것처럼, '허수아비'도 두 시간대의 대비를 통해 인물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함께 담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1988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특별한 무게를 갖는 해다. 서울올림픽, 민주화 이후의 혼란, 그리고 급격한 사회 변동. 그 시절과 2019년을 잇는 선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이 드라마의 핵심 긴장감이 될 것이다.
이희준이라는 선택의 의미
이희준은 오랫동안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마약왕', '범죄도시', '나의 아저씨'에서 그는 매번 다른 결의 인물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증명했다. 주연보다 조연으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 그런 그가 이번엔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를 맡았다.
엘리트 검사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한국 사회에서 검사는 단순한 직업군이 아니다. 권력, 특권,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부패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이 집약된 존재다. 최근 몇 년간 현실 정치에서도 검찰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 설정이 단순한 장르적 장치에 그칠지, 아니면 더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을 담을지 주목된다.
ENA라는 플랫폼의 도전
ENA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지도를 크게 높인 채널이다. 그 이후 꾸준히 화제작을 발굴하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허수아비'는 그 연장선에서, 장르물 강화라는 ENA의 전략적 선택으로도 읽힌다.
K-드라마 시장에서 스릴러·범죄 장르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 팬층을 가장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분야다.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수리남' 등이 보여주듯, 한국적 정서와 장르적 쾌감이 결합될 때 글로벌 반응은 예측보다 훨씬 커지는 경향이 있다. '허수아비'가 그 흐름을 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방향성 자체는 시장의 수요와 맞닿아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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