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위 찍던 사진작가가 스튜디오로 700kg 곰을 초대한 이유

데이비드 보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스타들의 상징적인 인물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 그녀가 어느 날 자신의 스튜디오 조명 앞에 세운 모델은 다름 아닌 거대한 곰들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를 위한 무대 위에 날것 그대로의 야생이 들어서는 순간, 누구도 본 적 없는 초현실적인 초상화가 탄생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아이들의 사탕을 빼앗고 우는 모습을 담아 논란이 됐던 '엔드 타임즈(End Times)' 작업 이후 구상됐습니다. 그린버그는 다시 원숭이 프로젝트처럼 더 강렬하고 본능적인 작업을 원했고, 자신의 상징적인 조명 아래 곰을 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안전이었습니다. 그녀는 캐나다 앨버타에서 야생 개체보다 사람에게 더 익숙한 '클로즈 컨택트' 곰들을 섭외했습니다. 코디액곰 다섯 마리와 흑곰 한 마리로 시작된 촬영에서 그린버그는 인공조명 아래 선 곰들이 마치 비현실적인 존재처럼 보이는 결과물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밴쿠버에서 북극곰을, 캘리포니아에서 약 725kg(1600파운드)에 달하는 그리즐리 베어도 촬영했습니다.

그린버그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초기 의도는 자신을 향한 인터넷상의 거센 비판에 대한 예술적 응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이 진행되면서 그녀의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솜털 같고 순해 보이는 외모 뒤에 숨겨진 곰의 잔혹한 야생성, 그 기묘한 이중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는 곧 동물을 귀엽게만 포장하고 그 본성을 외면하려는 인간 사회의 시선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북극곰 촬영은 지구 온난화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가장 취약한 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북극곰이 약 25년 안에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작업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 모든 사진은 '곰의 초상(Bear Portraits)'이라는 사진집으로 출간됐으며,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동물 사진 작업을 잠시 멈추고 을 통해 회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