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거장인가 인종주의자인가: HP 러브크래프트 인종차별 논란과 블랙 톰의 발라드

우주적 공포의 창시자가 남긴 유산,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독한 편견이 서려 있다. HP 러브크래프트는 독보적인 세계관과 분위기 형성에는 능했지만, 인종차별적 편향성을 작품 속에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가이기도 하다. 호러 장르의 팬들에게 그는 피할 수 없는 이정표지만, 동시에 그의 뒤틀린 시선은 오늘날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HP 러브크래프트 인종차별 논란과 레드훅의 그림자

더 버지(The Verge)의 보도에 따르면, 러브크래프트의 가장 문제적인 작품 중 하나로 레드훅의 공포(The Horror at Red Hook)가 꼽힌다. 이 소설은 토마스 말론(Thomas Malone) 형사가 브루클린의 한 동네에서 사악한 이교도 집단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민자와 특정 인종에 대한 작가의 혐오가 공포라는 장치를 빌려 가감 없이 분출된다는 점이다.

블랙 톰의 발라드: 피해자의 시선으로 다시 쓰다

이러한 고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소설 블랙 톰의 발라드는 '레드훅의 공포'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원작에서 배제되었던 소수자의 관점을 중심에 세운다. 원작의 공포를 그대로 답습하는 대신, 그 공포가 누구를 향해 있었으며 누가 진짜 괴물이었는지를 되묻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고전이 가진 폭력성에 대한 문학적 응징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