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변호사, 웃기면서 울릴 수 있을까
SBS 새 드라마 '팬텀 로이어'가 공개한 티저 영상. 유연석이 귀신에 빙의되는 황당한 설정 속에서, 한국 장르 드라마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된다. K-드라마 팬이라면 주목할 이유.
귀신이 보이는 변호사라는 설정, 한 번쯤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SBS의 새 드라마 팬텀 로이어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귀신을 보는 게 아니라, 귀신에게 빙의된다.
티저가 보여준 것들
최근 공개된 팬텀 로이어 티저 영상에서 유연석은 온갖 귀신들에게 차례로 빙의되는 변호사 신이랑을 연기한다. 법정 드라마의 진지한 문법과, 귀신 코미디의 엉뚱한 질감이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한다. 상대역인 이솜은 엘리트 변호사 한나현으로 등장해 이 혼란스러운 파트너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의 기본 구조는 단순하다. 억울한 사연을 가진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현실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장르로 따지면 법정물과 판타지, 그리고 코미디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장르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 조합이 낯선 건 아니다. tvN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법정 드라마에 특별한 주인공을 결합해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고, 신과함께 시리즈는 저승과 법정을 연결해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왜 지금, 이 장르인가
흥미로운 건 타이밍이다. 2025년 글로벌 OTT 시장에서 K-드라마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도 한국 제작사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인 SBS가 선택한 전략은 '장르의 혼합'이다.
순수한 법정 드라마는 이미 포화 상태다. 순수한 귀신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장르를 섞고, 거기에 유머를 더하면? 타깃이 넓어진다. 법정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와 판타지를 즐기는 시청자,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시청자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장르 혼합은 리스크 분산 전략이기도 하다.
유연석이라는 캐스팅도 이 전략과 맞닿아 있다. 그는 응답하라 1994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고,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진지한 역할과 유머러스한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신뢰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귀신에 빙의되는 황당한 설정을 설득력 있게 만들려면, 시청자가 먼저 배우를 신뢰해야 한다.
팬덤 너머의 질문
팬텀 로이어를 향한 기대는 팬덤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K-드라마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지상파 드라마가 OTT 오리지널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SBS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장르적 실험을 지상파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둘째, '귀신'이라는 한국적 정서가 글로벌 시청자에게 얼마나 통할 것인가. 도깨비와 호텔 델루나가 증명했듯, 한국의 귀신 서사는 이미 글로벌 팬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법정이라는 공간과 결합했을 때 그 매력이 유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셋째, 이솜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이다. 그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며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드라마에서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았다. 팬텀 로이어가 그에게 어떤 전환점이 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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