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의 두 번째 기적, 《허수아비》가 남긴 것
ENA 드라마 《허수아비》가 ENA 역대 2위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4년, 케이블 채널의 생존 전략과 K-드라마 산업의 구조 변화를 짚는다.
케이블 채널이 넷플릭스를 이기는 방법이 있을까. 2022년 ENA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그 가능성을 증명했을 때, 업계는 이를 '운 좋은 이상치'로 받아들였다. 4년 뒤, 같은 채널에서 두 번째 답안이 나왔다.
숫자가 말하는 것
닐슨코리아 기준, 《허수아비》 최종화는 ENA 드라마 역대 2위 시청률을 기록하며 5월 26일 종영했다. 1위는 여전히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쥐고 있다. 수치 자체보다 중요한 건 맥락이다. ENA는 지상파 3사도, 넷플릭스도 아닌 SK브로드밴드 계열 케이블 채널이다.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고, OTT 오리지널이 '조회 수'라는 다른 언어로 성과를 측정하는 시대에,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 지표가 여전히 유효한 성과 기준으로 회자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신호다.
《허수아비》는 방영 내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는 단순한 입소문 효과가 아니라, 시청자 이탈 없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신규 유입이 발생하는 구조—즉 '완주형 콘텐츠'의 전형적 패턴이다. OTT 알고리즘이 첫 3분 이탈률로 콘텐츠 운명을 결정하는 환경과 정반대의 소비 방식이다.
《우영우》 이후 ENA는 무엇을 했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은 ENA에 축복이자 부담이었다. 채널 인지도는 올랐지만, 이후 편성된 작품들은 그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우영우》 공식의 반복 시도—감성적 소수자 서사, 따뜻한 법정물—는 오히려 채널 정체성을 특정 장르에 가두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허수아비》가 그 흐름을 어떻게 비틀었는지는 장르 선택에서 드러난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감성 힐링보다 긴장과 서스펜스에 무게를 실었다. ENA가 《우영우》 이후 4년 만에 역대 2위 기록을 낸 것은, 채널이 단일 장르 공식에서 벗어나 편성 다양성을 실험한 결과물로 읽힌다. 케이블 채널이 살아남는 방식이 '한 방의 반복'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다변화'여야 한다는 점을 조용히 입증한 셈이다.
OTT 시대의 케이블, 어떻게 공존하나
넷플릭스·티빙·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수천억 원을 투입하는 구조에서, 케이블 채널의 경쟁 우위는 역설적으로 '제약'에서 나온다. 제작비 상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스토리 밀도에 집중하게 되고, 주 2회 정규 편성이라는 리듬이 시청자와의 약속을 만들어낸다. OTT의 '전편 동시 공개' 전략이 몰아보기를 유도하지만 동시에 화제성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반면, 케이블의 주 2회 편성은 매주 새로운 화제의 순간을 생산한다.
다만 이 구조에는 한계도 있다. ENA 드라마의 글로벌 유통은 대부분 OTT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허수아비》 역시 해외 시청자는 스트리밍으로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이 '제작'하고 OTT가 '유통'하는 이 분업 구조는, 콘텐츠 IP 귀속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다. 시청률 성과는 ENA의 것이지만, 글로벌 구독자 데이터와 IP 확장 권리는 어느 플랫폼이 가져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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