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66명의 희생과 혹독한 겨울, 가자지구가 마주한 ‘비구름’의 공포

총성은 잦아들었지만, 빗줄기는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71,266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낸 가자지구 전쟁이 정전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주민들은 이제 추위와 굶주림이라는 또 다른 적과 싸우고 있다. 낡은 텐트 사이로 스며드는 빗물을 막아낼 도구조차 없는 이들에게 정전 협상의 진전은 너무도 멀게만 느껴진다.

텐트 위로 쏟아지는 겨울비, 생존을 위협하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임시 캠프는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했다.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2년 가까이 피란 생활을 이어온 주민들은 낡은 나일론 천과 나무판자로 간신히 비를 피하고 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정전 발발 이후에도 저체온증과 가옥 붕괴로 인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여기에는 태어난 지 2주 된 영아도 포함되어 충격을 더했다.

정전 2단계 협상과 여전한 불협화음

지정학적 시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월 10일 발효된 정전의 2단계 이행을 논의하기 위해 곧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국제 안정화 군대의 배치, 가자지구의 전문 관료 행정부 구성, 그리고 하마스의 무장 해제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정전 위반을 주장하고 있어 진전은 더디기만 하다.

보건부에 따르면 정전 이후에도 41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잔해 속에서 679구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되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에 대응해 카바티야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군사 작전을 강화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