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트 바르도 국장 논란: 프랑스를 뒤흔든 전설과 혐오 사이

프랑스 영화계의 전설적인 아이콘이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브리지트 바르도가 지난 2025년 12월 28일 향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죽음 이후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국가적 추모식을 거행해야 한다는 우파의 주장과 그녀의 인종차별적 행적을 비판하는 좌파의 반대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브리지트 바르도 국장 논란의 배경과 우파의 요구

우익 정당 UDR의 지도자 에리크 쇼티는 프랑스의 상징인 '마리안느'의 모델이었던 바르도를 기리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헌사를 바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쇼티는 그녀가 프랑스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렸으며 여성의 자유와 낙태권 투쟁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가 시작한 국장 청원에는 23,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서명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그녀를 "한 세기의 전설"이라 칭하며 자유로운 삶을 체현한 인물로 평가했다. 하지만 좌파 진영의 반응은 차갑다. 사회당 당수 올리비에 포르는 바르도가 영화적 아이콘이었음은 인정하면서도, 그녀가 생전 인종적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5회나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지적하며 공화국의 가치를 저버린 인물에게 국가는 헌사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인종차별 논란과 마지막 길에 대한 엇갈린 시선

바르도는 은퇴 후 동물 복지 운동에 헌신했으나, 이슬람교도와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수차례 법적 처벌을 받았다. 녹색당의 상드린 루소 의원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돌고래의 고통에는 공감하면서 지중해에서 죽어가는 이민자들의 죽음에는 무관심한 것은 냉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내에서는 2017년 록스타 조니 할리데이의 장례식처럼 대중적인 작별 인사를 허용할지에 대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바르도 자신은 생전 화려한 시상식이나 훈장을 거부하며 소박한 장례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지인들에 따르면 바르도는 대중 묘지가 아닌 생트로페의 자택 라 마드라그에 묻히길 희망했다. 공식 장례식은 2026년 1월 7일 생트로페의 성모 승천 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며, 도시 전역의 스크린을 통해 중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