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크루덥, 48쪽 독백 중 '완전한 패닉'…무대 위 최악의 악몽

배우에게 무대 위에서 대사를 잊는 것보다 더 끔찍한 악몽이 있을까? 토니상 수상 배우 빌리 크루덥(57)이 1인극 공연 중 대사를 완전히 잊고 '완전한 공황 발작'을 일으켰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켈리 리파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Off Camera' 최신 에피소드에서 이 경험을 "기억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종류의 악몽"이라고 묘사했다.

터널 시야, 그리고 사라진 20페이지

사건은 데이비드 케일의 연극 '해리 클라크' 공연 첫 주에 발생했다. 크루덥은 처음 48쪽에 달하는 독백 대본을 보고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거절할 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심에 불타 결국 역할을 수락했다. 그는 "공연 시작 약 3분 만에 대사가 기억나지 않았다"며 "완전한 공황 발작이 오기 시작했다. 터널 시야가 생기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으며 숨을 쉴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무대 감독에게 대사를 알려달라고 외쳤지만, 사전에 약속된 시스템이 없어 소용이 없었다. 완전히 혼자가 된 그는 결국 대본의 약 20페이지를 건너뛰었고, 그날 공연은 약 55분 만에 끝났다. 크루덥은 "아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완전히 망신을 당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몇 년 후 밝혀진 '최악의 관객'

이 이야기는 몇 년 후 더 난처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크루덥이 아내인 배우 나오미 왓츠의 친구들과 브런치를 하던 중 이 일화를 털어놓자, 그 자리에 있던 감독 개비가 침묵을 지켰다. 왓츠가 분위기를 수습하려 하자 개비는 "제가 그날 거기 있었어요. 제 인생 최악의 연극 경험이었죠"라고 말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크루덥은 "개비, 그럼 내 심정은 어땠겠어요?!"라고 되물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