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재단, 내부 갈등 속 직원 10여 명 이탈... 미국 보수주의의 분열 심화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12명 이상의 직원이 집단으로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이탈은 반유대주의를 포함한 극단적 사상을 조장해 온 우파 성향 인플루언서들의 역할과 영향력을 둘러싼 재단 내부 및 미국 보수 진영 전반의 격렬한 갈등 속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관의 인사 문제를 넘어, 미국 보수 운동의 노선을 둘러싼 깊어지는 이념적 균열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분석된다. 정책 중심의 전통적 보수주의와, 강경한 문화 전쟁을 앞세운 인플루언서 주도의 포퓰리즘 사이의 대립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읽힌다.

[callout-info] 배경 설명: 1973년 설립된 헤리티지 재단은 워싱턴 D.C.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정책 연구소 중 하나다. 공화당 행정부의 정책 수립과 인재 등용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특히 차기 보수 정부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2025'를 주도하고 있다. 재단의 내부 동향은 미국 보수 진영 전체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갈등의 핵심은 재단이 어느 수준까지 외부의 강경파 인물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수용할 것인가에 있다. 재단 내부에서는 이러한 인물들과의 연계가 장기적으로 헤리티지 재단의 지적 권위와 정책적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집단 이탈은 미국 보수주의가 겪고 있는 정체성 위기의 단면이다. 과거 공통의 정책 목표 아래 뭉쳤던 보수 진영이 이제는 '누가 진정한 보수인가'를 두고 내부 투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념적 순수성을 강조하는 강경파와 실용적 연대를 중시하는 제도권 사이의 갈등은 향후 선거와 정책 방향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 내 문제를 넘어, 전 세계 동맹국과 경쟁국들이 미국의 정책적 일관성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