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로 별세한 브리지트 바르도, 누벨바그의 별이 남긴 복잡한 유산

스크린의 전설이자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 그러나 동시에 가장 격렬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25년 12월 28일(현지시간),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은 성명을 통해 재단 설립자이자 회장인 바르도가 타계했다고 발표했다. 재단 측은 그녀가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평생을 동물 복지를 위해 헌신해 왔음을 강조하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사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바르도는 지난 10월 심각한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후 약 3주간 병원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지트 바르도 별세 91세: 누벨바그의 상징이 되다

1934년 파리에서 태어난 바르도는 15세의 나이에 잡지 엘르(Elle)의 모델로 데뷔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영화 감독 로제 바딤과 만나 제작한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는 장뤼크 고다르 등 거장들과 작업하며 프랑스 누벨바그의 뮤즈이자 1950년대와 1960년대를 상징하는 섹스 심벌로 군림했다. 패션계에서도 그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으며, 어깨를 드러내는 '바르도 네크라인'과 비키니의 대중화는 오늘날까지 그녀의 스타일적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은퇴 이후의 삶과 엇갈리는 사회적 평가

절정의 인기 속에서 바르도는 39세가 되던 1973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동물권 보호 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년은 명성만큼이나 짙은 그림자가 뒤따랐다. 바르도는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 발언과 인종차별적 언사로 인해 수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특히 2018년에는 미투(#MeToo) 운동에 대해 "위선적이고 무의미하다"고 비판하며 성희롱 피해를 폭로하는 여배우들을 폄하해 거센 비난을 샀다. 또한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 등, 그녀의 발언은 현대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충돌하며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