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대만 발언, 50년 '모호한 평화'를 깨다

악수는 나눴지만 주먹은 여전히 쥐고 있다. 지난 2025년 10월 31일,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났을 때만 해도 중일 관계의 훈풍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뒤인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국회에서 행한 발언이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는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경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자위대를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강경했다. 중국 측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중국은 "대만은 중국의 떼어낼 수 없는 영토"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일련의 강압적인 경제 조치를 통해 일본 총리의 발언 철회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계에서 대만 문제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가장 핵심적인 갈등 요소로 자리 잡아 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발언과 1972년 체제의 한계

현재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당시의 타협점을 살펴봐야 한다. 당시 일본 정부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중국의 주장을 전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외교적 수사로 갈등을 봉합한 이른바 '잠정 협정(Modus Vivendi)'의 성격이 강했다. 전 주미 대사 쿠리야마 타카카즈에 따르면, 당시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상 대만의 법적 지위가 미결정 상태라는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정교한 문구를 설계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이번 발언은 지난 50년간 유지되어 온 이러한 모호한 타협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과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군사력이 부족했을 때는 이러한 해석의 차이를 뒷전으로 미뤄둘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급격히 팽창한 중국의 군사력은 일본으로 하여금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안보적 위협을 느끼게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는 중일 관계를 지탱하던 기존의 외교적 틀이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