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의 역설, 중국산 '우회 수출' 통로가 된 베트남 국경 도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가 베트남 국경 도시 '몽까이'를 거대한 무역 허브로 만들었습니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이곳은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새로운 '우회로'가 됐습니다. 거의 9년째 이어지는 미중 무역 갈등이 아시아 공급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쉽게 말해 '라벨 갈이'가 벌어지는 겁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몽까이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 거죠. 중국산 상품들이 베트남으로 넘어와 간단한 가공을 거치거나 포장만 바꿔 '베트남산'으로 둔갑, 미국으로 수출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부터 시작된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생존 전략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몽까이는 과거 조용한 국경 도시에서 지금은 24시간 화물차가 오가는 무역 중심지로 탈바꿈했습니다.

공급망, 근본부터 흔들린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한 도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이후, 미국의 대중국 무역은 위축됐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겉으로는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산 제품이 제3국을 통해 계속 유입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아시아 공급망 전체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맞춰 끊임없이 변형되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