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유조선 2척 나포... UN서 '강탈' vs '마약 소탕' 정면 충돌

카리브해가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격렬한 외교전의 무대가 되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상 분쟁을 넘어 미국, 베네수엘라,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 얽힌 지정학적 대결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UN 안보리, '강탈'과 '정당방위'의 격돌

현지시간 화요일 뉴욕에서 열린 UN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베네수엘라는 미국을 향해 역사상 '가장 거대한 강탈'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사무엘 몬카다 UN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는 이달 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발생한 유조선 2척 나포가 '해적 행위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국제법 밖에서 행동하는 강대국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행위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약탈하고 재식민지화하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마이클 왈츠 UN 주재 미국 대사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왈츠 대사는 "마두로가 석유를 팔 수 있는 능력은 그의 사기적인 권력 주장과 마약-테러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조치를 정당화했다.

카리브해의 군사적 긴장 고조

이번 나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월 16일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입출항을 전면 봉쇄하는 해상 봉쇄령을 내린 이후 실행됐다. 미국은 나포한 유조선과 원유를 압류하거나 매각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세 번째 유조선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작전을 위해 항공모함, 유도미사일 구축함, 상륙강습함 등과 함께 병력 15,000명을 카리브해에 배치했다. 이는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파병이다. 공식적인 목표는 펜타닐과 코카인의 미국 유입 차단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격이 무력 충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

러시아와중국은 미국의 행동을 '괴롭힘'과 '공격'이라며 베네수엘라 편에 섰다. 바실리 네벤쟈 UN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민간 선박을 '불법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것이 다른 중남미 국가에 대한 미래의 무력 행위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쑨레이 대사 역시 미국에 즉각적인 관련 조치 중단과 긴장 고조 회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