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린수소' 보조금 최종안: 잭팟 터진 기업, 쪽박 찬 기업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IRS)이 2025년 12월 20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인 '청정수소 생산 세액공제(45V)' 최종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로 10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수소 시장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일부 기업의 주가는 급등한 반면, 다른 기업들은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계산기를 바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최종안의 핵심은 '깐깐함'입니다. 최고 수준의 보조금, 즉 킬로그램(kg)당 3달러를 받으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수소 생산 시설이 가동되기 시작한 시점 기준 3년 내에 지어진 새로운 청정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합니다(추가성). 둘째, 수소 생산 지역과 동일한 전력망에 있는 발전소여야 합니다(지역성). 셋째, 그리고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전기가 생산된 '시간'과 수소를 생산한 '시간'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시간 일치성).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새로운 대규모 청정에너지 발전소 건설이 필수적이 되면서,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 같은 대형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컨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 같은 원자력 발전사 주가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엄격한 규정으로 사업성 악화가 우려되는 수소 생산 기업 플러그파워(Plug Power)와 블룸에너지(Bloom Energy)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수소 관련주 투자의 리스크가 명확해졌습니다. 특히 '시간 일치성' 규정은 24시간 가동이 어려운 태양광, 풍력만으로는 충족하기 극히 어렵습니다. 이는 수소 생산 단가를 높여, 보조금을 받아도 수익을 내기 힘든 '그림의 떡'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번 규정을 두고 의견은 팽팽합니다. 환경단체들은 "그리드에 부담을 주지 않고 진정한 '녹색' 수소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이라고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수소 업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산업을 죽이는 과도한 규제"라며 "수많은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투자가 유럽 등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을 보여줍니다. 단기적인 수소 생산량 확대보다는, 장기적으로 전력망 안정성과 '진정한 청정에너지'라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이제 '수소'라는 하나의 테마로 묶어 투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대신 ▲엄격한 규제 환경에서 살아남을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소수의 수소 기업과 ▲규제의 최대 수혜자가 된 대규모 청정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명확히 구분해야 할 시점입니다. 정책이 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가른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