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혼돈에 빠지다: 정치인 암살과 방치된 폭력, 국가 기능 마비되나

정치 신예 샤리프 오스만 하디의 암살을 기점으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가 극심한 폭력과 무질서에 휩싸였다. 지난 12월 18일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조직화된 폭도들은 언론사와 문화시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기자들이 건물 안에 갇힌 채 신문사 사옥이 불탔지만,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이끄는 과도정부와 치안 병력은 사실상 이를 수수방관하며 국가 기능의 마비와 책임의 위기를 드러냈다.

예고된 폭력, 침묵한 정부

이번 폭력 사태는 결코 우발적이거나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었다. 유누스 과도정부가 들어선 지난 18개월 동안 폭도들이 난동을 부린 것은 여러 차례였고, 그때마다 국가는 단호한 대응에 실패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이슬람주의 정당 '방글라데시 자마트에이슬라미(BJI)'의 학생 조직인 '차트라 쉬비르' 등 우익 단체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언론사를 표적으로 지목하고 공격을 선동하는 등 수개월에 걸쳐 긴장이 고조된 결과물이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폭도들의 공격 계획은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이었음에도, 정부는 어떠한 예방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폭도들이 '프로톰 알로' 사옥을 공격한 뒤 '데일리 스타'로 향하는 동안에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기자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옥상으로 대피해야 했고, 폭도들이 군, 경찰, 소방대의 진입을 막으면서 구조 작전은 이례적으로 지연됐다. 현장의 보안 병력은 단순한 구경꾼처럼 보였다.

선택적 법 집행과 정치적 계산

유누스 과도정부의 무대응은 무능이 아닌 '의도된 방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비판 세력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존경받는 언론인 아니스 알람기르가 정부 비판을 이유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항구 터미널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좌파 시위대나 정당한 요구를 하던 교사 집회는 가혹하게 진압된 바 있다.

이처럼 정부는 비판자들에게는 칼을 빼 들면서도, 수도를 인질로 잡은 폭력적인 폭도들에게는 침묵했다. 이러한 선택적 무대응은 과도정부가 폭도들의 폭력을 의식적으로 묵인하고 있다는 불안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처벌의 부재는 폭력을 일상화시키고, 국가가 언론과 문화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방글라데시 사태는 단순히 치안 부재를 넘어, 과도정부의 정당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 폭력의 방치는 특정 정치 세력에게는 단기적 이익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법치주의의 붕괴와 국가에 대한 신뢰 상실을 초래한다. 이는 남아시아 전체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자가 갇힌 언론사 건물이 불타는 것을 지켜보는 국가는 통치할 도덕적 권위를 잃는다.

하디 암살 사건 자체도 의문투성이다. 대낮에 벌어진 범행의 가해자들은 체포되지 않았고, 이들이 인도로 도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국경수비대에 경계령을 내리거나 인도 측에 공식적인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도정부가 암살범 체포에 관심이 없다는 해석을 낳고 있으며, 하디의 죽음과 그에 따른 폭력 사태는 방글라데시 국가 실패의 총체적 증거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