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슬롭, 인터넷을 삼키다: 저급 콘텐츠인가 새로운 예술인가?

최근 소셜미디어 피드를 점령한 기묘한 영상들이 있습니다. 생선 눈알처럼 왜곡된 CCTV 화면, 종이처럼 접히는 자동차, 카피바라 무리에 섞여 노는 고양이. 이 모든 것이 ‘ 슬롭(AI slop)’이라 불리는 현상의 일부입니다. 오픈AI의 , 구글의 같은 도구 덕분에 누구나 몇 번의 터치만으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과 인스타그램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클립의 홍수로 뒤덮였습니다.

쓰레기인가, 예술인가: 슬롭 현상의 시작

대중이 슬롭의 존재를 각인한 순간은 2025년 여름, 트램펄린에서 뛰노는 토끼 영상이 바이럴되면서부터입니다. 많은 이들이 진짜 영상인 줄 알고 속았던 이 사건은 수많은 아류작을 낳았습니다. 초기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저급 콘텐츠로 오염된다는 ‘인터넷 쓰레기화(enshittification)’에 대한 우려가 컸죠. 하지만 기묘하고, 웃기고, 때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담은 클립들이 공유되면서 슬롭을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슬롭 공장의 장인들: 창작자들을 만나다

초기 영상이 현실 모방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창작자들은 특유의 기괴함을 무기로 삼습니다. 건축 디자이너에서 아티스트로 전향한 웬후이 림은 “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는 ‘누가 더 이상하게 만드나’ 경쟁이 있다”고 말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드레이크 가리베이는 끈적한 반죽에서 사람 얼굴이 튀어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영상으로 뷰 이상을 기록했고, 디지털 아티스트 대릴 안셀모는 4년간 매일 영상을 만들어 ‘ 슬롭’이라는 이름의 예술 프로젝트로 파리 그랑 팔레 이메르시프 등에서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형식의 프랜차이즈를 낳기도 합니다. ‘그레니 스필스(Granny Spills)’는 대본부터 장면 구성까지 전부 로 제작하는 가상 할머니 캐릭터로, 채널 개설 3개월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명을 모았습니다.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뜨거운 논쟁: 슬롭은 누구의 것인가

‘슬롭(slop)’은 원래 저품질 대량 생산물을 폄하하는 속어였지만, 이제 생성 콘텐츠를 일컫는 대명사처럼 쓰입니다. 창작자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안셀모처럼 이를 아이러니하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지만, ‘그레니 스필스’ 제작진은 창의적 노력을 무시하는 표현이라며 불쾌해합니다. 이러한 반감은 현실적인 위협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생성형 도구가 출시된 후 프리랜서 시장에서 에 노출된 직군의 계약은 약 , 수입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도비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가 생성형 를 사용하고 있지만, 창작 과정의 수고를 인정하지 않는 시선에 대한 불만도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