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찾던 아내의 발목에 채워진 전자발찌: 카자흐스탄, 중국의 그림자 속 인권 딜레마
중국 국경에서 실종된 남편의 석방을 요구하던 카자흐스탄 여성이 가택 연금되고, 인권단체 '아타주르트' 활동가들이 구속되었다. 이 사건은 중국의 영향력과 중앙아시아 인권 문제 사이의 복잡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알마티 외곽 자택에 가택 연금된 굴다리야 셰리자트키지(Guldariya Sherizatkyzy)의 발목에는 차가운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다. 불과 몇 달 전 여름, 그녀는 이 집 거실에서 언론인들을 만나 중국 국경으로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트럭 운전사 남편 알림누르 투르간바이(Alimnur Turganbay)의 석방을 호소했다. 이제 그녀는 남편의 석방을 위한 소규모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바로 그 집을 떠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알림누르의 사건은 약 10년 전 중국이 신장 지역 무슬림을 대상으로 '엄중 단속'을 강화하면서 불거진 수천 건의 사례 중 하나다. 이 단속으로 불과 몇 년 만에 100만 명 이상이 임의로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마티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아타주르트(Atajurt)'는 이러한 인권 유린 실태를 폭로하는 데 앞장서 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카자흐스탄 사법 시스템의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
지난 11월 13일, 아타주르트 활동가들은 시위 중 시진핑 중국 주석의 초상화와 중국 국기를 불태웠다. 이로 인해 현재 활동가 13명이 수감되고 굴다리야를 포함한 5명이 가택 연금 상태에 놓였다. 비판가들은 이들의 행위가 알림누르의 석방이나 단체의 장기적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친중 성향의 카자흐스탄 당국은 이번 시위 이전부터 이들을 이미 '국가의 적'으로 간주해왔다. 활동가들은 현재 '인종적 증오 선동' 혐의를 받고 있으며, 유죄 판결 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배경: 엇갈린 정체성
굴다리야와 알림누르, 그리고 아타주르트의 설립자 세릭잔 빌라쉬(Serikzhan Bilash)는 모두 중국에서 태어나 역사적 고국인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카자흐인이다. 중국에는 약 150만 명의 카자흐족이 거주하며, 위구르족 다음으로 큰 튀르크계 소수 민족을 구성한다.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엄격한 시민권법은 신장 지역 카자흐인들에게 복잡한 족쇄가 되어왔다.
알림누르 사건이 다른 사례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그가 2017년부터 카자흐스탄 여권을 소지한 공식적인 카자흐스탄 국민이라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카자흐스탄 당국은 자국민의 실종에 대해 중국에 해명을 요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중국 공안부는 우루무치 주재 카자흐스탄 영사관에 "알림누르가 중국 국적 포기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법에 따른 자동 국적 박탈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통보한 후, 카자흐스탄 외무부는 더 이상의 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알림누르의 가족은 그가 2018년에 이미 중국 국적을 상실했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소재나 안전, 혐의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카자흐스탄은 소위 '글로벌 반중 전선'의 영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2019년 12월 도이체 벨레 인터뷰
유창한 중국어 구사자이자 친중파로 알려진 토카예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아타주르트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그는 신장 카자흐인 문제에 대한 우려가 미중 갈등으로 인해 "과장됐다"고 주장하며 국제 인권 단체의 보고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타주르트의 설립자 빌라쉬는 안전을 위협받아 카자흐스탄을 떠나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굴다리야는 알마티 중국 영사관 앞에서 남편을 위해 시위했고, 수도 아스타나까지 갔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며 활동가들의 시위에 지지를 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 문제로 인해 세계가 신장에서 매일 고통받는 사람들을 잊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번 사건으로 알림누르의 사례가 국제 사회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PRISM Insight
카자흐스탄의 딜레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지정학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국민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곧바로 외교적, 경제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아타주르트 활동가들에 대한 강경 대응은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드러내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고조되는 반중 정서와 시민 사회의 저항을 억누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린 틈을 타, 신장 문제는 점차 잊혀진 위기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현재 빌라쉬의 뒤를 이어 단체를 이끌던 벡잣 막수트카눌리(Bekzat Maksutkhanuly)를 포함한 활동가들은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려던 한 여성의 외침으로 시작된 사건은 이제 한 국가의 외교적 균형과 인권 단체의 존폐를 가르는 시험대가 되었다.
Related Articles
A car bomb in Moscow killed Lieutenant General Fanil Sarvarov on Dec. 22, 2025. Russia's Investigative Committee has opened a murder investigation, citing Ukrainian intelligence as a possible orchestrator.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appointed businessman Mark Savaya as a special envoy to Iraq with a mission to "Make Iraq Great Again." Can this unconventional, transactional approach succeed in stabilizing the nation and curbing Iranian influence?
Lt. Gen. Fanil Sarvarov, a high-ranking Russian military official, was killed in a car bomb explosion in Moscow, according to Russia's Investigative Committee.
The Niigata assembly has cleared the final hurdle for restarting the Kashiwazaki-Kariwa facility, the world's largest nuclear plant, nearly 15 years after the Fukushima dis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