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출현, 30분 먼저 알립니다”... 일본 전역에 깔리는 AI 감시망 ‘B 얼럿’

일본에서 곰 출현과 습격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인공지능(AI)이 인간과 곰 사이의 위험한 만남을 막는 해결사로 떠올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각 지자체는 주택가 인근 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담당자에게 즉시 경고를 보내는 AI 기반 감시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호쿠리쿠 전력과 통신 시스템 기업 호쿠츠가 공동 개발한 이 시스템의 이름은 'B 얼럿(B Alert)'. 곰(Bear)의 앞글자를 땄다. 이 시스템 덕분에 주민 경보 발령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보다 30분 이상 단축되면서, 야생동물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99.9% 정확도, AI 경비원의 눈

B 얼럿의 작동 원리는 간단명료하다. 먼저 산이나 강변 등 곰 출몰 예상 지역의 나무에 통신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를 설치한다. 이 카메라는 동물의 체열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곰은 물론 멧돼지나 사슴 등 수많은 동물이 찍힌다.

핵심은 그 다음이다. 카메라가 전송한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 AI로 보내진다. AI는 약 6만 장의 사진으로 학습을 마쳤으며, 오직 곰 이미지만을 골라내는 역할을 한다. 개발사 측에 따르면 곰 식별 정확도는 99.9%에 달한다. 어두운 곳에서도 사람의 눈보다 정확하게 동물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곰이 탐지되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지자체 담당자 등 관계자들에게 이미지와 함께 이메일을 발송한다. 직원이 직접 현장에 출동해 확인하는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경보 발령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현재 군마현, 도야마현, 이시카와현을 포함해 도야마시, 후쿠이시, 고베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시작은 '아찔했던' 곰과의 만남

B 얼럿 개발은 2019년 도야마현 구로베시에서 발생한 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호쿠리쿠 전력의 유지보수 직원이 송전탑에서 작업하던 중 곰의 습격을 받아 경상을 입은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회사 내부에서 대책 마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때마침 도야마현 전체가 곰 출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호쿠리쿠 전력은 현청과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현의 예산 지원을 받아 기술 실증 실험에 착수하며 시스템 개발이 본궤도에 올랐다. 현장의 필요가 기술 혁신을 이끈 셈이다.

도야마현 산림정책과의 스기바야시 히로카즈 부과장은 "인력 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B 얼럿은) 업무 효율화와 노동력 절감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곰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의 주민회장 요코고시 테루마사는 "주민들에게 반가운 안도감과 마음의 평화를 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