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동맹국 3분의 1 이상 '미국은 부정적 세력'…POLITICO 여론조사 공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이후,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 국민 상당수가 미국을 세계 무대에서 '부정적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POLITICO와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퍼스트(Public First)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광범위한 무역 정책, 오랜 동맹에 대한 날 선 비판, 군사 태세 재정비 등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대전환이 동맹국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준다.

동맹국의 싸늘한 시선: 구체적 수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과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캐나다에서는 과반수가 미국을 '세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로 평가했다. 영국의 경우 의견이 다소 엇갈렸지만, 응답자의 35% 즉, 3분의 1 이상이 이 같은 부정적 평가에 동의했다.

또한, 조사 대상 4개국 모두에서 과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미국은 다른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동맹국을 지지하는가, 아니면 도전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캐나다 응답자 과반수와 독일·프랑스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후자(도전한다)를 선택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과 각국의 대응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론 변화가 동맹국 지도자들의 대미 회의론이 대중에게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매튜 크로닉 선임국장은 "민주주의 국가의 여론은 종종 엘리트의 의견을 반영한다"며 "이들 국가의 정치인들이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회의론을 표출하고 있으며, 이것이 여론조사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자 노선 모색하는 유럽

실제로 각국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맞춰 자국 노선을 재조정하고 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축소와 NATO에 대한 불확실한 태도에 대응해, 수년간의 긴축 정책을 깨고 국방 및 인프라에 수천억 유로를 투입하는 역사적인 지출 계획을 확보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외교를 추구하면서도, 그의 예측 불가능성을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백악관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미-영 무역 협정을 마무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유럽의 공동 대응을 조율하는 등 섬세한 균형을 맞추려 노력 중이다.

사람들은 평생 일해온 직장을 잃었고, 수십억 달러의 캐나다 자본이 증발했다. 이는 냉전 이후 안정적이었던 힘의 균형에서 백악관이 설명할 수 없는 방향으로 돌아선 결과다.

— 플라비오 볼페,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장

분열된 미국: 동맹국보다 심각한 내부 시각차

흥미로운 점은 미국 내에서도 극심한 여론 분열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자국을 동맹국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응답자의 51%는 미국이 세계에 긍정적 힘이라고 답했고, 52%는 위기 시 의지할 수 있는 나라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75%가 미국을 긍정적 세력으로 본 반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지지자(민주당 성향)의 경우 47%가 미국을 부정적 세력으로 평가해 동맹국 여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퍼블릭 퍼스트의 여론조사 책임자인 셉 라이드는 "2024년 대선 전에는 민주당원의 71%가 미국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1년 만에 58%로 급락했다"며 민주당 지지층의 시각이 급격히 변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