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학교 흉기난동: 10세 타지키스탄 소년의 죽음으로 드러난 러시아의 제노포비아 위기

10살 소년은 국적을 질문받은 뒤 살해당했다. 지난 12월 16일모스크바 외곽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비극은 러시아 사회에 깊이 퍼진 이민자 혐오, 즉 제노포비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타지키스탄 정부가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러시아 당국과 언론은 인종적 동기를 애써 외면하며 침묵하고 있다.

비극의 날, 교실에서 울린 질문

사건은 12월 16일 화요일 아침, 모스크바 근교 고르키-2 마을의 한 중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자신을 티모페이 K.라고 밝힌 15세의 9학년 학생이 페퍼 스프레이와 흉기를 소지한 채 학교에 들어섰다. 그는 3년 전 어머니와 함께 러시아로 온 타지키스탄 국적의 10세 소년 코빌존 알리예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부상을 입힌 후 경찰에 체포되었다.

가해 학생의 초기 표적은 성적 문제로 자신을 꾸짖었던 수학 교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사를 찾지 못하자 복도를 배회하던 그는 4학년 교실에 들어가 흉기를 든 채 학생들에게 "국적이 뭐냐?"고 물었다고 전해진다. 교사가 학생들을 대피시키는 사이, 경비원의 주의가 쏠린 틈을 타 코빌존 알리예프를 뒤쫓아 범행을 저질렀다.

증오 범죄의 증거들

이번 사건이 단순한 보복이 아닌 인종 혐오 범죄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가해 학생이 네오나치 이념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No Lives Matter'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다. 또한, 그가 범행 며칠 전 게시한 선언문에는 무슬림과 인종 간 결혼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전했다. 이러한 정황들은 극우 극단주의 사상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 사건은 2024년 3월크로커스 시티홀 테러 이후 러시아 내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지난 4월에도 모스크바 지역에서 9세 키르기스스탄 소년이 제노포비아 동기로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러시아 당국은 테러 이후 수만 명의 중앙아시아인을 추방하거나 입국을 거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불편한 진실 앞 외교적 줄타기

타지키스탄 정부는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주 타지키스탄러시아 대사를 초치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제노포비아를 범행 동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회의에서 에모말리 라흐몬타지키스탄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하면서도 인종 혐오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양국 관계가 표면적으로는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경우 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