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조 엔 우주 야망, 주력 H3 로켓 발사 실패로 '빨간불'

1조 엔 투자 발표와 동시에 터진 악재

일본 정부가 우주 기술 개발에 1조 엔(약 9조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바로 그날, 차세대 주력 로켓인 H3 로켓이 발사에 실패하며 일본의 우주 전략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12월 23일, 일본 정부는 새로운 '우주기본계획' 공정표를 확정하며 미래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지만, 같은 날 새벽 H3 로켓이 실패 소식을 전하며 야심 찬 계획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발사 실패는 일본판 GPS로 불리는 '미치비키' 5호기를 궤도에 올리려던 중요 임무였다. 실패 원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향후 일본의 위성 발사 계획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1회성 실패를 넘어, 일본의 우주 수송 능력과 직결된 H3 로켓 프로그램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연이은 기술적 문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날 오전에는 H3 로켓 8호기에서 또 다른 이상 현상이 보고되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위성 보호 덮개(페어링) 분리 과정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움직임이 관측된 것이다. 비록 발사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는 H3 로켓의 기체 설계나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의 1조 엔 투자 계획은 인공위성, 우주 탐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일본을 우주 강국으로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의 전제는 신뢰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발사체 확보다. H3 로켓이 계속해서 흔들린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정부의 계획 역시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