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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라는 벽, 혁신의 문이 되다: 딥테크 유니콘의 새로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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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라는 벽, 혁신의 문이 되다: 딥테크 유니콘의 새로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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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핀테크 등 규제 산업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법. FDA 승인, 입법 과제를 돌파하고 '규제 해자'를 구축하는 전략을 분석합니다.

규제는 혁신의 걸림돌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여는 열쇠입니다.

실리콘밸리의 '빠른 실행(Move Fast)'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영역이 있습니다. 인류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헬스케어, 생명과학 분야에서 성공은 속도가 아닌, 규제의 벽을 넘어서는 집요함과 전략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규제는 단순히 통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한번 구축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해자(Moat)'가 되고 있습니다.

핵심 요약

  • '속도'가 아닌 '지구력'의 싸움: FDA 승인에 10년을 쏟아부은 Enspectra Health처럼, 규제 산업의 스타트업은 장기적인 비전과 단계별 자금 조달, 팀의 동기 부여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 '규제 해자(Regulatory Moat)'의 구축: 높은 규제 장벽은 통과하는 순간, 후발 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경쟁 우위로 전환됩니다. 이는 기술적 우위만큼이나 중요한 자산입니다.
  •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의 부상: 투자자들 역시 단기 수익 모델을 넘어, 규제 돌파를 통해 시장을 독점하고 장기적인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할 딥테크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심층 분석: 생과 사의 경계에서 길을 찾는 개척자들

최근 TechCrunch의 'Build Mode' 팟캐스트는 규제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혁신을 만들어가는 두 스타트업, Enspectra Health와 Earth Funeral의 여정을 조명했습니다. 이들의 사례는 규제 산업에 뛰어든 창업가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져줍니다.

사례 1: 10년의 기다림, FDA의 벽을 넘은 Enspectra Health

Enspectra Health는 피부과 전문의가 고통스러운 조직 검사 없이 피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비침습적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CEO 가브리엘 산체스는 이 기나긴 여정을 '불확실성과의 싸움'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생존 전략은 명확합니다. 첫째, 규제 승인 과정을 여러 개의 작은 마일스톤으로 쪼개고, 각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진척 상황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는 핵심 전략이었습니다. 둘째, 규제 기관을 '적'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고 투명하게 소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고통을 줄인다'는 강력한 미션을 통해 긴 시간 동안 팀의 열정을 유지했습니다.

사례 2: 법을 바꾸는 스타트업, Earth Funeral의 도전

반면, 인간의 유해를 흙으로 되돌리는 친환경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Earth Funeral은 다른 종류의 규제와 싸워야 했습니다. 이들은 FDA와 같은 단일 연방 기관이 아닌, 각 주(State)의 입법부와 대중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창업 당시 이 서비스가 합법인 주는 단 한 곳에 불과했습니다.

Earth Funeral의 사례는 '규제'가 단지 정부 기관의 승인 절차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사회적 통념과 문화적 금기가 더 높은 벽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확장은 기술 개발이 아닌, 주 의회를 설득하고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는 '사회적 혁신'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스타트업 성장 공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요구합니다.

PRISM Insight: 가장 느린 길이 가장 빠른 길이 되는 '규제 해자'의 역설

투자 관점에서 규제 산업은 '고위험 고수익'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고위험 초고수익(High-Risk, Super-Return)' 모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일단 규제의 강을 건너면 후발 주자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독점적 시장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규제 해자(Regulatory Moat)'입니다.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모방할 수 있어도, 10년간의 임상 데이터와 FDA 승인 기록, 여러 주에서 통과시킨 입법의 역사는 쉽게 복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나 브랜드 파워보다 훨씬 견고한 방어막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규제 산업에 투자하는 VC들은 새로운 실사(Due Diligence) 프레임워크를 갖춰야 합니다. 단순히 시장 규모(TAM)나 고객 획득 비용(CAC)을 넘어, '규제 통과 가능성', '정책 리스크 관리 능력', '창업팀의 장기적인 끈기' 등을 핵심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창업가들 역시 제품 로드맵만큼이나 정교한 '규제 로드맵'을 설계하고, 초기부터 정책 전문가를 팀에 합류시키는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결론: 다음 세대의 혁신은 규제의 최전선에서 시작된다

Enspectra Health와 Earth Funeral의 여정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세대 혁신은 안락한 소프트웨어 시장이 아닌, 복잡하고 더딘 규제의 최전선에서 피어날 것입니다. 이 험난한 길을 선택한 창업가와 그들을 믿고 투자하는 '인내 자본'은 단순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 산업의 규칙 자체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규제의 벽을 혁신의 문으로 바꿀 수 있는 자만이 미래 시장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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