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아 2025년 선거와 중국 영향력의 지정학적 지각변동

투표함이 열리자 태평양의 지도가 붉게 물들었다. 2025년 8월 치러진 사모아 총선에서 라우울리아레말리에토아(Laʻaulialemalietoa)가 이끄는 야당이 40%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중국의 태평양 전략이 결실을 본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사모아 2025년 선거와 중국의 통일전선 전략

이번에 당선된 라우울리아레말리에토아 총리는 10건의 형사 기소와 정부 제명 이력에도 불구하고 압승을 거두었다. 그의 배경에는 중국공산당(CCP)의 '통일전선' 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모아-중국 우호 협회 회장을 맡으며 오랫동안 베이징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의 접근은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1970년대부터 이어온 장기적인 포섭의 결과다. 엘리트 계층을 공략하고 경제적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체계적인 영향력 행사가 이번 선거를 통해 입증되었다. 전임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Fiame Naomi Mataʻafa)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던 것과 달리, 신임 정부는 다시 친중 노선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부채 위기와 아사우 항구(Asau Port)의 전략적 용도

사모아의 재정 취약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에 대한 부채 상환액은 이미 GDP의 2.6%에 달하며,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임 총리는 아사우 항구(Asau Port) 재개발과 사모아 항공의 중국 노선용 장거리 항공기 도입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했다.

사모아는 미국령 아메리칸 사모아와 인접해 있으며, 호주와 미국을 잇는 태평양 횡단 경로의 중심에 위치한다. 이미 키리바시, 솔로몬 제도 등이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사모아의 행보는 남태평양 안보 지형에 결정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