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일한 유럽 동맹국 벨라루스, 미국 향한 '위험한 줄타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유럽 내 유일한 동맹국인 벨라루스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지정학적 균형추를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완전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에 구사했던 '다각도 외교' 정책을 되살리는 모습이다. 정치범 석방을 카드로 미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미국은 제재 완화 가능성으로 화답하며 양국 간의 신중한 탐색전이 시작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들어 루카셴코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회복을 목표로 여러 '인도주의적'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3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칭찬했으며, 6월에는 야권 지도자 스비아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의 남편인 시아르헤이 치하노우스키를 포함한 정치범들을 석방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하반기 들어 더욱 가속화됐다. 8월 루카셴코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 이어 9월에는 추가적인 정치범 석방이 이뤄졌다. 이에 미국 측 대표인 존 콜은 민스크 주재 미국 대사관 재개설과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2020년 벨라루스 대선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벨라루스의 간접적 지원 이후 부과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명백한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인 12월, 양국 관계는 중대한 진전을 맞았다. 존 콜 대표는 루카셴코 대통령과 만난 후 벨라루스의 핵심 수출품인 칼륨 비료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대가로 벨라루스 당국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와 주요 야권 인사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를 포함한 123명의 정치범을 석방했다. 이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에 미국이 실질적인 '당근'으로 화답한 것으로, 향후 크렘린의 반응과 동유럽의 지정학적 지형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